“급발진 의심 차량, 풀액셀이면 최소 125㎞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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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의심 차량, 풀액셀이면 최소 125㎞인데…”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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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R 감정인 "변속장치 정상이면 140㎞ 이상 추정"
"RPM 5900→4500도 비정상"…추가 분석 필요할 듯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최소 시속 125㎞ 이상은 됐을 것"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시속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천500까지 올랐으나 실제 속도는 시속 116㎞까지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운전자 측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는 결과다.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에서 진행한 EDR 감정 결과가 최근 나왔다.

감정인은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볼 때 시속 110㎞ 주행 중에 가속 페달을 최대로 하여 5초 동안 작동시켰다면 차량의 당시 기어비(단수)와 발진 가속 성능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5초 후에 적어도 (EDR에 기록된) 시속 116㎞보다 높은 상태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 지정한 전문 감정인은 EDR 자료상 '마지막 0초'가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지하통로 벽에 부딪혔을 때일 개연성이 높다'고 전제하고 EDR 신뢰성 감정을 진행했다.

국내 차량은 수십 초 동안 급발진 현상이 나타나 사고가 발생해도 EDR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해서 '마지막 5초'만 저장한다.

A씨 차량의 경우에도 30여 초 동안 급가속하며 675m를 달리면서 앞에 정지해 있던 모닝 승용차, 국도 중앙분리 화단, 콘크리트 전신주, 지하통로 구조물과 총 네 차례 충돌했기에 EDR 자료상의 '마지막 0초'가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서 셈법이 달라진다.

마지막 0초를 지하통로 구조물 충돌로 전제한 감정인은 급발진 현상이 나타난 거리를 구간별로 나누어 평균 가속도를 계산해보면 충돌 0∼5초 때의 평균 가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이해되지 않지만, 5초 후 속도가 시속 125㎞는 넘었을 거라고 분석했다.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다면 시속 140㎞는 넘었을 거라고 추정되지만, 사고 차량의 동력학적 구조적 특성과 사고 직전의 차량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내놨다.

추가 확인 필요성을 언급하긴 했으나 EDR 자료에 5초 후 속도가 시속 116㎞로 기록된 건 감정 결과인 시속 125∼140㎞보다 시속 10∼25㎞ 낮게 기록됐음을 지적한 것이기에 원고 측은 'EDR 기록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풀 액셀을 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감정인은 또 EDR 자료를 보면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인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RPM이 5900에서 4초 전 4500으로 떨어지고, 이와 비슷한 4600 상태로 1.5초 정도를 유지하다 충돌한 점도 언급했다.

가속페달 변위량(가속 정도를 퍼센트(%)로 변환해 나타내는 기록으로, 99%부터 '풀 액셀'로 평가) 100%를 전제하면 RPM이 5900에서 4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공기 유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가 발생한 경우를 고려할 수 있음을 제시하며, 차량 상태와 ECU, EDR 자료를 정밀하게 확인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고 측은 '운전자는 풀 액셀을 밟았다'고 말하는 사고 차량의 EDR 기록과 모순되는, 풀 액셀 상태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속도 증가 결여'와 'RPM 저하' 현상을 들어 "EDR의 신뢰성이 상실됐다"는 기존 주장을 더 강력하게 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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