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상봉터미널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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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상봉터미널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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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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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로 38년을 이어온 서울 동북부 지역 중장거리 여객운송의 거점이던 상봉 시외버스 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교통수단·시설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다.

상봉터미널이 오랜 세월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아 왔고, 지역 상권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마침내 소멸된 교통시설이라 할 때, 지금 전국의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또 언제 어떤 형태로 존재를 달리할지 알 수 없는 일이 됐다.

시대 변화는 무섭다.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가 미미하던 시절, 시민들이 시외로 나들이를 가거나 업무차 이동을 해야 할 때 달리 수단이 없었으므로 시외버스에 의존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진행된 자동차대중화는 자가용 승용차의 보유와 이용을 크게 늘렸다. 이는 시외버스 수요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또 시간이 흘러 고속철도와 광역철도 노선이 확충되면서 사람들은 자가용 승용차 등으로 몇 시간 달리는 것보다 더 빨리, 또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열차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하는 시대가 되면서 시외버스는 다시 엄청난 수요 감소를 겪어야 했다.

시외버스 수요 감소는 터미널 역할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람이 돈을 벌어 형편이 나아지면 힘들 때 살던 낡은 집에서 그대로 기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수요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서는 시설의 현대화와 기능의 복합화는 절실했으나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터미널은 쇠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

터미널 사업자가 그런 사정을 잘 알아도, 시설 현대화 등을 추진할만한 여력이 없었고, 외부의 투자도 부진해 그대로 주저앉고 만 것이다.

더러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자본을 투자해 터미널 기능을 쇄신한 일부 사례도 있다. 터미널을 단순히 수송수단의 배차·주박차 기능, 여객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방치하지 않고 지역민들의, 또 여행객들의 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현대식 영화관, 오락실, 카페, 쇼핑센터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터미널이 쉼터, 만남의 장소 이상으로 존재하면서 소멸이 아닌, 성장을 이룬 것이다.

시대 변화를 읽는 힘, 적극적인 경영개선 노력 등은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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