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캠페인] 과속과 보행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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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캠페인] 과속과 보행자 사고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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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교통사고에 관한 통계분석 자료(전국버스공제조합·2017년~2021년)에 따르면, 노선버스 교통사고의 법규위반 행위로 원인규명이 불분명한 ‘안전운전불이행’(48.9%)을 제외하고는 안전거리 미확보(15.4%)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방주시태만(5.1%), 신호·지시 위반(4.4%) 등의 순서다.

그래서 각 위반행위에 대한 주의를 요구하며, 이를 노선버스 교통안전의 요점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전방주시태만을 제외한 나머지 위반행위의 공통점으로 버스 차량이 저속일 때는 해당 사고가 발생할 수 없거나 최소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해, 운행 차량의 속도가 높을 때일수록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반면, 우리의 도로교통법규에서 규정하는 속도 규제는 각 도로마다 달라 어느 경우는 시속 50㎞를 달려도 과속으로 적발된다. 예컨대 스쿨존과 같은 지역이다.

그러나 지역간 도로나 대도시 주간선도로의 경우 시속 50㎞로 달리면 오히려 다른 차량의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그러므로 결코 과속일 수 없다.

 

제한속도 넘나드는 ‘애매한 과속’ 매우 위험

 

운전자와 보행자 간 제한속도 인식 차이 발생

속도 10㎞만 줄이면 보행자 중상 확률 급감

단속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 가능성 중시해야

 

과속에 관한 처분은 일반적으로 제한속도를 초과한 부분이 제한속도의 10% 이내 또는 시속 10㎞ 이내는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제한속도 70㎞의 도로를 시속 77㎞ 또는 79㎞로 달리면 과속으로 적발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속도 규제는 운전자들에게 오히려 과속에 관한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더 많은 교통법규 위반 사범을 만들지 않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슬그머니 규정 속도를 넘어서는 운전습관은 상황에 따라 언제 어디서 교통사고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노선버스의 사고에서 빈도가 높은 여러 교통법규 위반행위의 배경에는 그와 같은 규정 속도를 넘나드는, ‘애매한 과속’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속이라고 해서 무조건 매우 빨리 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로별로 정해진 규정 속도를 초과하면 그것이 과속이라는 사실, 이것을 노선버스 운전자는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현황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으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 비율을 꼽을 수 있다. 국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중은 거의 변함없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 문제가 주요 교통안전 의제로 부각돼 있다.

보행자는 자동차 교통에서 대표적인 상대적 약자다. 자동차와 보행자간 트러블에서 자동차는 대부분 멀쩡한 데 비해 보행자는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사망에 이른다.

차대 차 사고의 치사율이 0.9%인 반면 자동차 대 보행자 사고의 치사율은 3.3%로 차대 차 사고의 3.5배에 이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보행교통사고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전체 보행교통사고 사망자의 58%(횡단보도 내 23.1%, 횡단보도 외 34.8%)에 해당된다. 보행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 사람의 46.8%가 역시 횡단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듯 고령 보행자의 자동차 사고와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어 이미 사회문제화 돼 있다. 여기에서 자동차 운행 속도는 언제나 문제가 된다.

교통안전공단의 ‘인체모형 충돌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60㎞로 달리는 자동차에 인체 모형을 충돌시켰을 때 보행자가 사망할 확률은 8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보행사고의 위험이 높은 도로에서 자동차 속도를 시속 10㎞만 줄여도 보행 교통사고 발생 시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이 20%p 낮아졌다. 보행 교통빈도가 높은 도로에서의 속도 저감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단의 ‘보행자 횡단 안전도 조사(2019년)’ 결과는 왜 우리나라에서 보행 교통사고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자가 양보한 경우는 11.3%에 불과했다(보행자 90회 횡단 시도에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9회). 또 제한속도가 시속 30㎞인 도로에서는 보행자 20%가, 시속 50㎞인 도로에서는 보행자의 2.5%만이 운전자의 양보로 안전하게 횡단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속도를 줄이면 줄이는만큼 보행자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피해 또한 급속히 감소하게 된다. 운전자들의 준법운행과 속도 규제에 순응하는 운전 여부가 관건인 것이다.

노선버스의 경우 숙련된 운전자가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특성상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은 자가용 승용차나 다른 사업용 자동차에 비해 낮다. 그럼에도 버스에 의한 보행자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는 보행자의 잘못된 보행행태 등 변수도 적지 않다. 보행자가 유아를 동반한 주부라거나, 연로해 보행속도가 느린 사람, 장애인, 환자, 임산부 등이라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경우도 많다.

또 횡단지점 부근에 가로수나 불법주차 차량, 불법 설치된 입간판 등 때문에 보행자가 보행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위험해진다. 시인성이 훨씬 떨어지는 야간이나 비오는 날도 보행자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안전운전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속도를 현저히 낮춰 운전한다면 사고 상당수는 회피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될 수 있다. 논의 초점을 사고 예방에 둔다면 낮은 속도는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노선버스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회피하기 위해 마냥 저속으로만 운행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현실적이다. 따라서 최대한 도로별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운행시간을 지키고 교통사고 가능성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비로소 소위 제한속도를 오고가는 ‘애매한 과속’의 위험성이 나타난다. 운전자는 법규위반으로 적발되지 않는 수준의 ‘과속’으로 운행하는 데 익숙하지만 보행자는 도로 곳곳에 나붙은 제한속도를 믿는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제한속도에 관한 인식의 간극, 노선버스 보행자 사고를 부르는 단초가 된다면, 그것이 명확한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노선버스 운전자는 더 속도를 낮춰 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 습관으로 이어져 자주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에 성립되는 이야기다. 요컨대 제한속도를 넘나드는 ‘애매한 과속’에의 유혹에서 벗어나 확실히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것만으로 노선버스에 의한 보행자 교통사고를 더욱 줄일 수 있다면 선택은 확실해진다.

다수의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운전자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 속도를 낮추는 운전 습관,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의식과 자세가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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