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학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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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학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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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학부 강의를 나가고 있다. 예전엔 열심히 강의만하면 내가 할 몫은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왜 아니겠는가? 88만원 세대로 규정되는 학생들 앞에서 결과론적으로 기득권을 누리고 살아온 기성세대로서 어떻게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TV 공중파 프로그램에 전 통계청장을 했다는 분의 얘기를 듣고 공감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지금의 40∼50대를 말초세대라고 하는데 효도를 마지막으로 하는 세대고 효도를 처음으로 못받게 되는 세대라는 설명이다.

현상적으로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불행하다거나 하는 취지는 가당치 않다고 본 것이다. 뒤집어 보면 이렇다. 우리 윗세대는 식민치하의 말기, 한국전쟁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의 가난과 그 극복과정에 헌신했던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라고도 불리우는 40∼50대는 만족스럽기는 어려웠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취직하기가 비교적 쉬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로 10여년 후배들까지 비슷한 경험을 얘기한다. 그땐 정 원하는 대로 안되면 작은 호텔이나 여행사에 취직하지라고 하는 뒷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말초세대라는 표현이 맞기는 하지만 이 땅에서 그럴 여유가 있는 복받은 세대라는 말이 이치에 더 닿는 듯 하다.

하지만 미래세대라고 할 강의실의 학생들에게 이는 어림없는 과거의 전설같은 무용담일 뿐이다. 따져보면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에게 지워진 부담은 대략 여섯가지 정도가 되는 듯하다.

첫째는 전세계적 공통현상이라 할 '고용없는 성장추세(jobless growth)'이다. 실질경제보다 금융 등의 신기루와 같은 성장속에 일자리는 충분히 늘어나지 않고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매년 수천명씩 관광학과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이들이 취업할 관광기업의 규모와 질은 오랫동안 좀체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둘째는 무한경쟁의 상황이다. 인류 역사에서 경쟁이 없었던 때를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대부분의 경쟁은 수평적 형태인 세대내 경쟁의 형태였다. 그러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도래는 수평경쟁에 수직경쟁을 더하는 방식으로 치열해졌다. 선배와 후배, 신입직원에 대한 적응준비나 예비시간 따위의 개념과 전통은 이미 희박해진 것이다.

세 번째는 다문화사회의 도래이다. 최근 부족한 국내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또는 불균형적 성비를 맞추기 위해 노동력과 배우자를 이제는 외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 온 사람이 작년말에 불법체류자를 포함하여 120만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교사,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이면서도 철밥통이라 불리우는 곳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사회적 소득이 중하층이하 직업군에서 새로운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관광에서 본다면 이들은 외국어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관광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관심부족이다. 관광은 쉽게 중요한 사회의 성장동력이란 말을 한다. 또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과 조직이라는 투입요소 없이 이런 결과는 나올 수 없다. 중요하다고 하는 만큼 관광에 투입이 달라졌다고 볼 증거가 그다지 없다. 그러니 새로운 일자리를 기대하기 곤란한 것이다.

다섯째는 8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관광학과이다. 통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2년제 대학 이상 관광관련학과의 수는 대략 180여개 대학 정도로 파악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광학과의 밀도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라 갑작스런 팽창속에서 대학에서의 교육은 그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공부밖에 안해본 분이나 업계경험만으로 교수가 된 분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넓지 않다. 실제 교수 본인의 관심분야나 할 수 있는 강의만 함으로써 사회나 학생개인의 요구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교수를 믿고 따르지 못하고 학과 수업보다는 외국어점수나 스펙쌓기에 열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여섯 번째는 통일에 대한 부담이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남북간에 대략 향후 10∼20년 사이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학생들의 30∼40대에 맞아야 할 변화인 셈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경제는 잠재력의 발현보다 불안과 침체를 보일 것이고 관광이나 여행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 안전과 정치적 갈등은 관광객을 끌어올만한 조건이 아닐뿐더러 국민이 관광에 나설 여유와 분위기도 냉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광학과(봉사학과)는 북에도 있으니 새로운 경쟁도 추가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문제는 남의 집 일이 아니다. 내 자식 내 조카의 문제일 것이다. 그들을 따뜻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아야 할 뿐 아니라 지금에라도 근본적인 고민과 변화된 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관광정책을, 관광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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