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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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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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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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일본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많은 공공부문의 해외 출장이 단순 결재에서 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대상이 되면서 해외출장을 다니지 않았다. 꼭 가야할 곳, 안 가면 안 될 이유 같은 것이 있을 리 없고,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에 번거롭고 짜증스럽게 느낀 까닭이다. 어쨌든 근 일주일 여의 출장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몇 가지 소감을 갖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일본의 관광객 환대성이다. 우리나라 인바운드의 제 1시장은 여전히 일본인 관광객들이다. 2010년 통계를 보면 302만 명이 방한함으로써 전체 외래 관광객의 34.4%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중국인 134만 명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2010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861만 명 중 한국인이 244만 여명으로 역시 2위인 중국인 141만 여명과 현격한 차이를 갖는 1위이다.
왜 이렇게 따져보는가 하면 안내 표지판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동경 등 대도시에서 시골역까지 신칸센에서 지하철, 모노레일까지 모든 안내 표시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오래전부터 갖춰져 있다. 반면에 우리는 어떨까.

10%에도 못 미치는 영어권 관광객에게 거의 모든 외국어 안내 서비스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지난 일요일 아침 명동거리에서 일본인 여성 관광객의 팔목과 옷을 성추행이라 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민망하게 잡아끌던 우리 호객꾼을 바라보던 그 부끄러움이 겹쳐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본 내 각 급 공항 택시 승강장에 배치된 도우미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언제부터 일본 공항 택시 승강장에 도우미가 배치되었는지는 출장 기간이 넉넉지 못한 관계로 확실히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언론에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콜밴이나, 일부 택시들의 관광객에 대한 불법적 행위에 신경이 쓰이던 터라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물론 종종 살인적인 택시 요금이라 할 정도로 일본 택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전성이 높다 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택시의 일부 몰지각성을 엄히 단속하지 않고서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수용태세 정비를 논하는 것은 어쩐지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는 후쿠시마 원전 1주기에 관한 것이다. 출장 시점이 공교롭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민간 조사단의 보고서가 나온 시점으로 일본의 뉴스는 온통 그 문제를 이슈화 하고 있었다. 같이 나오는 캠페인성 뉴스는 후쿠시마 사고지역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으로 여행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고 눈물겹게 선전하는 내용도 상당 수 눈에 띄었다.

하긴 2010년 861만 명에 달하던 일본의 인바운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 무려 240만 여명이 줄어든 621만 명으로 급락했다. 당연히 동반했을 국내 관광 감소분을 고려하면 지난해 일본 관광산업은 붕괴 직전까지 갔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출장 내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걱정에서 안타깝게도 평소 좋아하던 생선을 한 번도 따로 먹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우리 원자력 발전 시설에 대한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으면서도 실체가 빠른 시간 내에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 도무지 편치 않다. 관광에서 안전은 기본 조건이라는 뜻이다.

네 번째 얘기는 양국 기업 또는 산업의 차이이다. 사실 이번 출장은 일본의 산업 관광현황을 조사할 목적으로 갔던 것이다. 그래서 출장지 중에 나고야의 산업관광추진협의회라는 단체를 방문해 담당자 인터뷰를 추진했다. 헌데 막상 그 협의회가 있다는 건물에 도착해 보니 그 곳은 나고야 상공회의소였다. 그리고 그 협의회가 있다는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그 곳은 나고야 CVB(Convention & Visitors Bureau) 인 것이었다. 특징 지역의 모든 기업이 상공회의소의 회원이고, 거의 모든 회원이 지역 CVB의 회원이며 다시 그 지역 산업관광협의회의 회원이라는 점은 우리의 전경련이나 대한상공회의소의 관광을 위한 최근 활동실적과 불과 몇 십 개 회원에 불과한 시도 관광협회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참담한 심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나고야 산업관광 간담회 간부와 가진 인터뷰에서 느낀 것이다. 사전에 보낸 인터뷰 내용에 충실히 답해주던 그 사람이 특정 질문에 가서는 계속 겉돌고 나쁘게 얘기하면 말을 돌리는 느낌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차분히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해 보니 우리 쪽 질문을 담당자가 이해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해외 출장에서 이런 저런 시책을 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주었냐는 질문을 가장
일주일간의 해외 출장에 대해 할 말은 많고 지면은 좁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외 출장은 언제나 유용하다.

전문성이 무엇인가?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얘기해 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던가. 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더 큰 비용이고 무엇이 더 큰 편익인지를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한다. "그 동안 출장 안 보내서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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