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특집 2] 철도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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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특집 2] 철도안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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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부산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美 버지니아텍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 취득.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 버지니아텍 교통연구소 부소장,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철도연구실 실장, 대한교통학회 회장, 대중교통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철도 안전 보장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위험도 높은 요소부터 제거해야 예방 가능
주먹구구식 사업 예산 확보로는 ‘언감생심’
비상대응 매뉴얼 제대로 작동할 훈련 필요

 

어떻게 하면 철도 사고를 줄일까.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 매번 똑같은 소리를 하고 흐지부지 지나간다. 언론에서 하는 말도 매번 똑같다. “인재 사고다”, “후진국형 사고다”. 정부 대응도 똑같다. “원인을 파악해서 다시는 동일 유형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완한다.”

그런데도 비슷한 유형의 철도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은 철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가 없다. 철도 안전을 보장받는 길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철도 안전은 철도 사고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다. 철도 사고의 위험도는 ‘철도 사고 발생 확률×피해 예상 규모/비상 대응 능력’으로 표시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철도 사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첫째 방안은 철도 사고 발생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만일 철도 사고 발생 확률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면 철도 사고 위험도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천재지변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철도 사고 발생 확률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는 피해 예상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철도 사고에서 피해 규모는 인명의 사상자 수, 물건의 파손 규모, 환경적 피해 규모를 총칭한다, 철도 사고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모든 방안이 여기에 속한다. 예컨대, 철로 주변에 있는 식수용 저수지 주변에 위험물 수송 철도차량의 탈선사고로 위험물질이 저수지에 스며들지 않도록 방호막을 설치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철도 사고가 나더라도 신속하게 비상 대응을 해 사상자를 위시한 물적 피해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철도 안전 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라는 4단계로 이뤄진다. 철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방 단계 : 예방 단계의 핵심은 최대한 철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험도를 기반으로 철도안전사고를 관리해야 한다. 철도 안전 예산이 무한정으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요소부터 제거해 나가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통해 ‘철도 위험도 기반 철도 안전 관리사업 (일명, 철안사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철도 사고원인(일명, 위험인자)별로 위험도를 분석하고 위험도가 높은 순서대로 경제적인 방식의 예방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철도 안전 관리 방법론이 정립돼 있는데 이를 현실에 잘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3가지이다. 우선, 철도 사고의 위험인자를 너무 세분화해 일일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예를 들어보자. 요즘에는 백미러가 고장이 나면 백미러 내부에 무엇이 고장이 났는지 분석하지 않는다. 그냥 통째로 바꿔버린다. 왜냐하면, 그 내부에 여러 가지 부품의 오작동을 검사하는 시간과 수리 시간을 계산하면 그냥 통째로 바꾸고 그 제품은 백미러 전문 업체에서 천천히 재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철도 안전 관리를 위해 위험인자를 모듈화해야 한다. 그래야 철도 사고 위험도 분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위험인자보다는 부품별, 시설별로 모듈화해서 철도 안전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

다음은 철도 안전 사업의 예산확보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다. 철도 안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위 경제성 분석(B/C 분석,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예산 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막연히 안전 예산이라고 우기고 예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관료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철도 안전 예산이라도 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받아와야 한다.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형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이슈화)가 되면 예산을 받고, 아니면 못 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빠른 시기에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철도 안전 사업의 경제성 분석 방법론을 확립해야 한다.

다음은 철도시설물의 내구연한 문제이다. 철도시설물은 위험인자로 구분할 수가 없다. 다만 철도시설이 노후화되면 당연히 철도 사고의 위험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부품을 바꾸듯이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일례로 세월호 사고의 선박은 일본에서 내구연한이 지난 것을 국내 기준에 맞게 수리해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형태의 철도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철도차량과 철도시설물의 내구연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노후 차량은 후진국으로 수출하면 된다.

예방단계에서 또 한 가지 더 강조할 점이 있다. 무인운전과 유인 운전(기관사) 간 철도 안전만을 비교하면 뜻밖에도 무인운전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무인운전은 시스템적으로 허용치를 벗어나면 무조건 멈추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없다. 시스템적으로 해결된 이후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 유인 운전의 경우 기관사가 경고를 무시하고 오작동해서 사고가 난다. 그러니까 무인운전이 훨씬 안전한 것이다. 일례로 도시철도에서 상대적으로 고속으로 운행하는 신분당선은 무인운전 방식인데, 개통한 지 10년이 더 되었지만 사상자를 동반한 철도 운행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하는 1∼8호선도 조금만 신호시스템을 더 구축하면 무인운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기관사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인운전으로 전환이 안 되고 있다. 차라리 기관사를 철도안전요원으로 전환해 차량과 역에 배치, 철도 안전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비 단계 : 대비는 예측 가능 여부와 반복 여부로 나누어 접근하면 된다. 예측이 가능하고, 반복적인 철도 사고 대비가 가장 쉽다. 예측할 수 없고 비반복적인 철도 사고 대비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철도 사고 자체가 정말 간헐적으로 발생하니까 대비하는 철도 안전 관련자는 초심을 잃기 쉬운 것이다.

철도 안전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은 최대한 구축해 둬야 한다. 철도 사고 발생 시 비상 대응에 필요한 물품 또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혹여, 철도 사고 대비를 위한 장비 또는 물품이 내구연한이 지나 폐기 처분하더라도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철도 안전 담당자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지 말고, 타당성 분석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평상시에 철저한 대비가 실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폭우에 물막이벽을 설치한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아파트의 피해 여부를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대응 단계 : 대응 단계는 이미 철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상자는 중상자로, 중상자는 사망자로 바뀌는 것이다. 그 시간은 30분이다.

그래서 철도 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응 매뉴얼은 대응 단계를 3단계로 세분화해 접근하고 있다. 초기대응, 자체 대응, 외부 지원 대응이다. 30분 내 이뤄지는 초기대응과 자체 대응이 중요한 이유이다.

초기대응과 자체 대응은 비상 대응직원(관제사, 기관사, 승무원 및 역 근무자)에 의해 이뤄진다. 외부 지원기관이란 소방서, 경찰서, 병원, 해당 지자체이다. 비상 대응은 비상 대응직원과 외부 지원기관이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런데 비상 대응 매뉴얼이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실제 사고 발생 시 비상 대응 매뉴얼대로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비상 대응 매뉴얼 내용이 실천에 옮기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이거나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나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상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대형사고로 변한 것이다.

대부분의 비상 대응 담당자는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면 당황해 비상 대응 매뉴얼을 살펴볼 여유조차 없다, 차라리 비상 대응 매뉴얼은 평상시에 숙지하도록 하고, 비상 대응 직원별로 꼭 해야 할 행동 요령을 10가지 이내로 정리해 순서대로 암기하도록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또한, 비상 대응 훈련도 좀 더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은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해 각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이러니까 실전 상황에서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것이다. 물론 승객이 있는 상태에서 실제 상황을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비상 대응 훈련도 병행할 것을 제안한다.

 

◇복구 단계 : 복구 단계에서는 시설물 복구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철도청 시절에는 철도 사고 통계를 대외비 처리했다. 재발 방지보다는 조직의 안녕을 추구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

철도전문가의 끊임없는 주장으로 철도안전법 내 지침을 제정해 철도 사고 보고를 의무화시켰고, 이를 교통안전공단 내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으로 구축해 일반 시민에게 알렸다. 그 결과 철도 사고는 현격히 줄고 있다.

특히 대형사고는 발생 원인부터 대응 및 복구까지 낱낱이 작성해 보고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사고를 숨기려고 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대형사고는 철저히 공개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않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철도 대형사고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구 지하철 사고 보고서는 지금까지 대외비 처리되고 있어 쉽게 접할 수가 없다.

종합하자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철도안전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안전 타령만 하지 말자.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자. 초심으로 돌아가서 철도안전사고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별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예산을 확보한 후 과학적으로 철도 안전을 확보해 나갈 시점이다.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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