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버튼 손만 대도 음주측정해 운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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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버튼 손만 대도 음주측정해 운전 막는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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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車 제조사·美당국 협업해 차량 일체형 감지시스템 연구
호흡에 적외선 쏘거나 터치패드로 피부 모세혈관 성분 분석

지난달 대전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해 음주운전 근절 대책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술을 마신 운전자가 애초에 차를 운전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뒤 음주측정 장치에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 이 장치는 차량의 시동 계통과 연결돼 있어 호흡에서 알코올이 감지되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차단한다.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 음주운전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장치를 도입해 재범률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가 이미 기술을 개발해 제품까지 내놨으나,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보급되지 못하고 수출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수준의 기술로도 음주운전 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게 학계나 관계기관의 평가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은 제3자의 '대리 측정'이나 장치 조작·훼손 등으로 시스템의 통제를 피하려는 꼼수가 자행될 가능성도 있어 한층 더 진보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협업하는 연구 프로젝트 '안전을 위한 운전자 음주감지 시스템'(DADSS)은 차량과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완전히 일체화해 운전자의 의식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높은 측정 정확도까지 담보하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호흡 기반 기술은 민감도가 매우 높은 광학 센서를 이용해 운전자의 일상 호흡에서 알코올 유무를 측정한다.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장치에 호흡을 불어넣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차량에 탑승해 평소처럼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혈중 알코올 유무를 감지할 수 있다.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등 음주 측정에 활용되는 지표들의 분자는 특정 파장에서 적외선을 흡수한다. 이에 착안해 호흡에 적외선을 비춰 되돌아온 파장을 분석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알코올 농도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게 DADSS의 설명이다. 음주 측정은 운전석 계기판 쪽에 탑재된 센서가 수행한다.

DADSS는 인간의 자연 호흡과 최대한 가깝고 동작 변화, 먼지, 충격 등 다양한 차량 내 상황까지 반영해 센서의 민감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운전자의 피부조직에서 알코올을 측정하는 접촉 방식도 미래의 음주운전 방지 기술 중 하나다.

피부에 적외선을 비추면 빛이 조직 안으로 침투했다가 일부가 표면으로 다시 반사되는데, 이를 터치패드와 같은 접촉식 장치로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반사된 빛에서는 알코올을 포함한 모세혈관 내 각종 화학성분 정보가 확인된다. 알코올과 연관된 특정 파장만 분석하므로 측정 속도도 매우 빠르다.

DADSS에 따르면 터치패드는 차량 시동버튼처럼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손을 대는 위치에 설치돼 일상적인 운전 행위에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운전자가 아닌 제3자가 터치패드에 손을 대 음주 감지를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대비책도 개발 중이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으면 신호를 발생시키는 운전자 존재 감지기와 연동하는 기술이 한 예로 거론된다. 터치패드 접촉자가 운전자와 다른 인물임을 감지하면 음주 측정을 무효화하는 방식이다.

DADSS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지원한다.

이 같은 최첨단 기술이 양산 차량에 보편적으로 보급되면 음주운전 행위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고감도 센서 등의 개발과 생산에 아직 비용이 많이 드는 터라 이를 모든 차량에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차량 단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편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신호를 어긴 채 우회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시내버스 기사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시내버스 운전자 5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우려 등의 구속 사유가 있으며 범죄 중대성도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전날 낮 12시 30분께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시내버스를 몰고 우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 B(8) 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 구간에서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우회전 신호등은 빨간불이, 보행자 신호등은 파란불이 켜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우회전에 앞서 일시 정지 규정을 위반하고 이어 신호를 보지 않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5조의 13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법률은 스쿨존 내에서 안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사고 현장에는 B군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발생 지점인 횡단보도 옆에는 과자와 꽃, 추모 편지 등이 한가득 쌓인 상태<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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