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의 여름철은 지긋지긋한 '새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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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의 여름철은 지긋지긋한 '새 보릿고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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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새 보릿고개인 여름철 나기에 비상이 걸린 전세버스 업체들
-고유가 파고 지나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여파 받아
-여행패턴 변화에 따라 여름철도 신 비수기로 자리잡아
-원가절감과 가동률 높이기 위해 부심

지난해는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세버스 업계가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경유가격이 내려가고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초․중․고 등 학교단체 수송이 있는 봄철에는 파급효과가 덜했다. 하지만 업계의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학교단체수송의 시기가 끝나는 6월 하순부터는 전세수요가 비수기로 접어드는데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영향이 피부적으로 와닿으면서 업계의 경영난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인건비 등 고정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직영전세버스 업체나 일정한 직영차량 비율을 갖고 있는 업체가 여름철 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 여름을 대비하는 전세버스 업체들

서울전세버스 업체 중 비교적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아이넷관광(대표 한승구)은 최근 본사를 인사동에서 차고지가 있는 강동구 암사동으로 옮길 예정이고, 차량대수도 이번달에 5대를 처분해 37대로 줄였다.

이같은 이유는 비수기인 여름철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매출은 학교단체수송과 기업체 통근 및 연수수요, 일반전세수요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학교단체수송이 여름철에는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스키장을 운행하기 때문에 여름철이 가동률이 가장 떨어지는 최대 비수기인셈이 된다.

금성관광도 비수기인 여름철을 대비해 사무실 크기를 줄였다. 주사무소가 있는 현재 북창동의 사무실을 6층에서 33제곱미터 정도를 줄여 7층으로 옮겼다. 이처럼 직영 전세버스 업체들은 비수기인 여름철에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정적인 지출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대신 여름철 비수기에 대비하기 위해 봄철에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려고 했다. 김이한 대한관광여행사 전무는 “전세버스는 여름철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성수기때 벌어서 비수기때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경영노하우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을 나기 위한 봄철의 전세버스 영업은 어땠을까. 학교수단체 수송은  ‘선방’했다면, 나머지 일반 전세물량과 기업체연수 수요 등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신동진 하나관광 영업부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봄철 학단(학교단체수송의 줄임말)은 평일마다 풀(full)로 채웠지만 경기침체로 주말 일반전세나 기업체의 연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학교단체수송이 선방한 이유는 전체 수송량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줄었지만 단가가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됐고 유류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려갔기 때문이다.
 
▲ 여름철은 전세버스 업계의 신(新) 비수기

그렇다면 여름철은 왜 전세버스 업계에게 비수기가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승용차 및 렌터카 보급의 보편화와 함께 여행의 소규모화 및 개별화 등에 따른 것이다.

김익수 삼성관광 대표는 “1990년대는 전세버스가 셔틀버스처럼 유명 해수욕장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면서 이용객을 실어나르곤 했을 정도로 여름이 성수기였다”고 말했다.

전세버스는 자가 승용차 보급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휴가철 이용수요가 존재해 개별상품을 개발해 모집하는 관광버스가 많았으나 여행패턴이 변하면서 여름철의 전세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이야기다.

대신 지금은 종교단체의 여름수련회나 학생들의 여름캠프 또는 유명 리조트의 여름 이벤트 , 기업체의 연수수요 등으로 대체되면서 수요자체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고 오히려 스키인구 증가 등으로 겨울철 수요가 점차 늘고있는 추세다. 

이처럼 전세수요는 감소했지만 차량공급은 줄어들지 않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전세업계는 여름철이면 계절적인 과잉공급의 절정을 이룬다.
특히 수도권 근교의 대학캠퍼스를 운행하는 전세차량들이 여름방학에 따라 전세시장에 가세하는데다 기존 업체들도 차량유지비나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 작은 전세 물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겨울에 이어 여름철은 2000년이후 전세버스의 새 비수기로 본격화돼 왔고, 업계는 봄과 가을에 최대한 매출을 올려 가동률이 떨어지는 여름과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요인으로 성수기때는 무리한 운행이 이어져 안전관리에 소홀해지고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 대안은 없을까

비수기인 여름철은 극복하는 대안은 없을까. 업계의 의견은 크게 두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하나는 여름철의 작은 물량이라 하더라도 원가를 계산해 제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차량공급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원가를 낮춰 시장수요에 적응하거나 수요를 창출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허천운 아이넷관광 영업 및 관리담당 이사는 “비수기에도 원가를 계산해 전세버스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서비스를 강화하고 원가를 최대한 적게 들이기 위해 규모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규모도 커질수록 좋은 전세물량도 딸 수 있다. 그 예가 규모화된 대원관광이 스키장을 정기운행하는 것과 미8군 운송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자의 논리는 전세버스는 ‘마진’이 약하기 때문에 단가가 약하더라도 최대한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광수 제로쿨 투어 사장은 “마진 좋았으면 벌써 대기업이 달려들었을 것”이라며 “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서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여름철을 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영업전략 때문에 이 회사는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통근버스를 활용해 낮에는 단가가 약한 야외수영장 운행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 회사의 여름철 가동률은 60%에 달한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고민은 겨울철의 비수기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왜냐하면 지난 겨울방안 가동률이 40%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또 원가를 줄이기 위해 차고지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들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업체 관계자도 있다. K관광 관계자는 “자가용 버스의 유상운송이나 지입형태의 전세버스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는 전세버스가 제대로 발전하는 길이 있겠느냐”며 “중요한 것은 여름철을 극복하는 방안이 아니라 (전세버스 문제의) 구조적인 접근과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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