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 박사의 광역교통 이야기] GTX-A 개통, 광역교통의 엔드게임이 될 수 있을까?
상태바
[유소영 박사의 광역교통 이야기] GTX-A 개통, 광역교통의 엔드게임이 될 수 있을까?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4.0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3월 30일 개통된 GTX-A 동탄-수서 구간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GTX는 최고 속도 180㎞/h, 평균 100㎞/h이다. 지하철보다 무려 3배가 빠른 속도이며, 수서역에서 성남역까지 7분, 성남역에서 동탄역까지 12분이면 도착한다. 지금은 비교적 짧은 동탄-수서 구간 개통과 SR이라는 쌍둥이 같은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에 그 속도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속도의 혁신이다.

필자는 최근 출근길 경부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전 차선을 통제해, 30분 거리 구간에 2시간 30분 동안 갇힌 적이 있다. 전 차선이 통제되는 이 사고에서는 광역버스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GTX’다. 조금 더 걷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목적지까지 나를 데려다 줄 수 있다는 믿음, 정시성을 보장하는 광역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일상의 평안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충분히 매력적인 교통수단의 출현이다.

그렇다면 1기 GTX가 완공된 지금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출퇴근 30분, GTX 시대! 우린 비로소 철도운영 다변화를 이야기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우선, 이용객 입장에서는 광역·도시철도망의 확장은 개인 선호에 따라 경로를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재미와 편리를 제공할 것이다. 혹자는 아침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렴한 출퇴근 경로를, 혹은 혼잡구간을 피할 수 있는 경로를 우선할 수도 있다. 골라타는 즐거움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현저한 속도 격차가 있는 광역철도의 도입은 환승이라는 불편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존 광역·도시철도 서비스 노선이 끊임없이 연장되는 줄줄이 사탕같은 현상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흔히 직결 노선이라 불리는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구간보다 GTX로 환승해 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경로의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망 계획에서, 운영비용 적자 등 문제가 뻔히 보이는 중량전철을 무한정 연장하는 것을 지양하고, 수요가 많은 구간을 빠른 대용량 서비스로 연결, 이외 구간은 빈번한 서비스가 가능한 무인 경량전철 셔틀 방식으로 대체하는 운영 방안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GTX가 그 척추와 같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물론 불편한 면도 분명히 있다. 우리 모두가 GTX역 앞에 살고 있지 않고, GTX역 앞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GTX를 타더라도 최소한 한번 이상 환승을 경험해야 한다. 최근 시민체험단에게 공개된 수서역은 출입구에서 승강장까지 에스컬레이터를 6번이나 타야 할 정도의 대심도이므로 접근 및 환승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GTX 탑승시간 만큼 또는 그 이상 시간이 환승에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간 우리는 광역교통 환승에 대한 불편을 깊이 있게 논해 본 적이 없다. 교통수단의 이동 문제, 즉 차량 및 철도역 혼잡 등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GTX B노선과 C노선에서는 이미 환승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출퇴근 등 혼잡시간대 수요에 끊김없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가 주동선이 돼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대심도의 환승은 가파른 경사로 몇 번을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엘리베이터로 답을 정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접목 중에 있다. 이쯤 되면 GTX가 속도 뿐만 아니라 환승의 혁명도 만들어가고 있다는 부분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혼잡시간대 이용 수요를 문제없이 감당하려면, 엘리베이터는 몇 대나 설치돼야 적정한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남겨진 문제이다.

그렇다면 부분 개통된 GTX A의 환승동선은 괜찮은 것인가? 사실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기는 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GTX A 수서역은 주동선을 에스컬레이터로 두고 있고, 엘리베이터는 교통약자를 위한 보조 동선으로 정하고 있으나, 에스컬레이터를 6번이나 타야 하며, 6번을 옮겨 탈 때마다 만나는 수직 동선 상 공간이 혼잡 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도시철도는 우측 통행을 하고 있으나, SR 고속선과 선로를 공용하고 있는 GTX 수서역의 경우, 좌측 통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로 하여금 혼란과 보행 상충이 빈번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야기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환승통로에 배치된 티켓 자동발매기는 첨두 혼잡시간대에 환승 이용객과 보행 상충 없이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 든다.

어쩌면, GTX 건설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앞에서 보행, 환승이라는 요소는 매우 작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4년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이용객 중심의 섬세하고 배려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겐 아직 2개의 1기 GTX가 남아있다. GTX가 광역교통의 엔드게임이 될 수 있는 이용객을 위한 서비스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