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차 무임승차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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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열차 무임승차 단속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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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가 부정승차 문제로 고민하다 마침내 객실에 단속반을 투입했다는 보도를 보고 좀은 입맛이 씁쓸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과거 오랜 세월 우리는 열차에 앉아 검표하러 오는 여객전무와 이런저런 여행이야기를 나누던 추억도 없지 않다. 따라서 부정승차 단속반이 그저 불쾌하거나 번거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 시절 철길 주변에서 자라난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갖고 있을 기억은 얼마든지 많다.
지금이야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상상도 못할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통행속도가 매우 느린 열차도 많았다. 동네 어린이들은 열차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멀리서 기적을 울리며 열차 달려오면 잽싸게 달려나가 열차 맨 뒷 쪽 난간을 붙잡고 얼마만큼 탑승의 즐거움을 누리곤 했다. 아찔한 놀이였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치부했다.
철길은 자주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 돼 줬다. 철도 레일 위로 오래 걷기 내기를 한다든지, 침목을 하나씩 빨리 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금처럼 철길을 사람 사는 공간과 격리시키지 않은 시절, 철길 가에 사는 사람들은 빨래하기가 곤란했다. 흰옷을 빨아 널어놓으면 열차가 지나가며 하얀 수증기를 뿜어낸 후에는 시커먼 석탄가루가 옷에 날아와 붙곤 했다.
심야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열차소음이 철길가 불량한 주택가를 뒤흔들면 자는 이들마저 깨어나 열차를 원망하곤 했다.
휴일 친구 집에라도 갈 일이 있으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뛰어올라 친구네 근처 아무 곳에서나 뛰어내려 달아나던 일도 흔한 기억일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할 때도 무임승차의 장난은 계속됐다. 검표원을 피해 이 칸 저 칸으로 옮겨다니는 것은 예사였고, 그러다 자칫 내릴 역을 지나쳐 다음 역까지 가서 돌아오는 일도 없지 않았다.
돌아보면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현실은 엄청나게 달려져 있다.
고급 서비스에 고속열차가 주는 이득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 어린시절 장난끼와 혼돈이 돼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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