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원로에게 듣는다>백남근 동양고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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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원로에게 듣는다>백남근 동양고속 대표이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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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는 바야흐로 전환기를 맞고있다. 자가용 승용차의 보급으로 매년 승객이 감소해온데다 지역간 이동수단에서 고속철도에 밀리고 시외버스와 경쟁을 벌이면서 역할과 위상이 정체 또는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변화하는 대외환경 속에서도 고속업계는 자신있는 대책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작아지는 시장여건에서 한햇동안의 수송객이나 매출액 추이, 고속사 내부간의 이해관계 등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는 자책어린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고속업계가 위기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어느때보다 고속버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책임이 무겁고 특히 경험많은 원로급 CEO들의 역할이 커져야 할 시기다. 이는 고속버스 업계의 어려움 해결이 내적인 원인 못지않게 제도개선을 동반해야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금호와 동양고속 등 8개 고속버스 업체의 대표이사 모임인 ‘한백회’의 새회장에 백남근(66) 동양고속 대표이사가 선출됐다.

한백회는 고속사 사장단의 친목모임 성격이지만 고속현안들에 대해 협의조정하고 결정에 가닥을 잡는데 막후역할을 하는 등 커다란 영향력 행사하고 있다. 또 백사장은 고속업계 내․외부 경험과 성과가 있어 갈수록 위축되는 고속업계 활로를 마련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의 외부경험은 교통부에서 도시교통국장과 수송정책실장 등을 지낸 것이다.

업계 경험은 1998년 12월부터 약 7년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주) 대표이사를 맡은데 이어 2006년에는 동양고속운수와 한진고속의 인수합병에 일정한 역할을 하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서도록 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는 교통운영기관에 대한 정부의 경영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고속업계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원로급 CEO인 그를 만나 고속버스 업계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백회가 고속업계의 비공식적인 모임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역할을 볼때 모임의 성격이나 비중이 자못 큽니다. 요즘같은 고속버스 전환기에 한백회 새회장으로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고속버스는 이제 2000여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고속버스가 역할이 축소되지 않고 제 역할과 위상을 가지려면 업계 내부의 이해조정과 협력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고속버스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협의기능이 활성화돼 협력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혼자힘만으로는 안되는 것이죠.

-말씀하신 고속버스가 직면한 우선적인 문제는 무엇입니까?
▲ KTX의 확대개통과 시외버스와의 경쟁입니다. 같은 장거리 교통수단인 KTX는 대구-부산간이 올해안에 개통되고 앞으로 호남선까지 확대됩니다. 시외버스와도 갈수록 노선분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인면허권 등 제도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가 고속철도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전국 대중교통망을 철도중심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면 경쟁교통수단인 고속버스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 KTX 확대개통으로 인해 국내 항공과 고속버스에 영향이 예상됩니다. 동양고속은 운행노선이 경부선 방면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한 편입니다. (KTX에 대한 경쟁은) 결국 요금과 시간의 문제입니다.
KTX는 건설과 운영 같은 투입비용이 천문학적인 규모기때문에 요금이 비쌀 수 밖에 없고 고속버스 요금은 KTX에 60% 수준인만큼 소요되는 시간만 앞당기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KTX 확대 개통으로 서울-부산간 운행시간이 짧아지면 고속버스는 고속도로 주행속도가 110km로 높아지는 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안전과 연료소모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더 검토가 필요하지만  KTX에 대비하는 방안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2004년 당시 KTX가 개통돼 고속버스가 영향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경험도 있습니다.

-2004년 당시 KTX개통이후 경부선 구간의 고속버스 노선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그 이후 고속버스가 다시 회복세를 보였는데 어떤 요인때문이었습니까?
▲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대구와 부산간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되면서 운행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또 정체구간인 수도권구간에서 평일에도 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평일 5시간 가까이 걸리던 서울과 부산구간이 4시간 10분까지 단축됐습니다. 반면 요금은 초기에 KTX와 큰 격차가 나지 않았으나 이후 KTX요금이 현실화되면서 시간과 요금면에서 경쟁력이 확보돼 다시 승객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체가 심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에서 평일에도 버스전용차로제가 이뤄지면서 실질적인 운행시간 단축효과가 컸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전용차로 운영구간을 축소하려는 움직이 있습니다.
▲ 버스전용차로는 수송효율과 에너지까지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도로를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에 전용차로를 우선적으로 줘 빠르고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가용 승용차와 버스의 수송인원이나 에너지 효율을 생각해보세요. 이것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되는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돼 정시성 확보되면서 천안이나 용인지역에 사는 사람이 고속터미널이 있는 강남지역에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나홀로 승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양고속이 운행하는 서울-천안이나 평택같은 곳을 운행하는 버스를 보면 알 것입니다. 이처럼 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는 수도권 교통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감안해 평일 전용차로 구간을 오산에서 천안까지 확대하고, 전용차로 운행차량도 6인이상이 타는 9인승이상 차량에서 미니급 버스인 12인승 이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9인승 차량에서 1-2명이 탄다면 전용차로 시행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고속버스 업계는 KTX보다는 오히려 시외버스와의 경쟁이나 업계내부 이해관계에 기울어져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시장이 정체되거나 작아지는 여건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다보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의 이해와 협력정도를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서두에서부터 강조한 것입니다. 시외버스와의 경쟁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시외버스는 재정지원금이나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받지만 고속버스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선다툼이 이뤄지거나 경쟁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고속버스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 못지않게 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서비스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경쟁교통수단과 차별화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동양고속도 올해 경영방침의 하나로 서비스개선과 정착의 과제를 넣었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경영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했던 동양이 계속해서 모범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업계차원에서 서비스 개선의 예는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환승정류소입니다. 국토해양부와의 함께 진행 중인 고속도로 휴게소 환승정류소를 정착시키도록 하고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장 고속업계의 매출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서나 감소하는 고속버스 승객의 저변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고속버스가 승객에게 끊임없이 다가서고 경쟁력을 갖기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연구하며 뛰겠습니다. 정부도 고속업계가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운영 및 장비투자를 통해 서비스개선이 이뤄지는 선순환구조가 되도록 일정한 주기마다 요금에 원가가 반영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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