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美 인식 바꾸는데 주력해야
상태바
자동차, 美 인식 바꾸는데 주력해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 팔리는 미국산 車...일본, 유럽 제품보다 열세 탓
현지 소비자 관심 끌만한 모델 없는 일본 사정과 비슷

"자동차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면 한.미 FTA를 아예 폐기하는 것이 좋다"

美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가 연일 자국의 자동차 산업 회생을 위한 희생양으로 한국을 삼는 듯 강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전부터 "한국은 미국에 연간 280여만대의 자동차를 팔고 미국은 한국에 고작 5000여대를 파는 것은 공정한 무역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유독 우리나라와의 자동차 무역에 심각한 불만을 쏟아냈던 그여서 당선 후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인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이러한 주장들이 지난 해 FTA 협상 체결 과정에서 드러났던 美 자동차 업계의 일방적 주장과 편협된 상황인식이 그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마치 한국을 가해자로, 미국을 피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며 보다 올바른 상황 전달을 위한 채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국의 조율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던 '사회적 인식'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데서 나타난 것처럼 그들은 아직도 한국이 고가의 수입차 보유자에 대한 세무조사와 은연 중 반미감정을 부추켜 자국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거나 아니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워 재협상 또는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 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메이커가 한국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비자를 매료 시킬만한 변변한 제품이 없고 현재 판매되는 모델 대부분도 특별한 시장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 있다. 김용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장은 "김종훈 통상교섭본주장이 지적했듯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 메이커의 장점인 성능, 일본 메이커의 고급스러움은 물론이고 한국 제품과도 대적할 만한 뚜렷한 상품이 없기 때문"고 잘라 말했다.

▲한국 공격대상 아니다.
같은 조건에서 유럽과 일본 메이커는 무섭게 성장하는 반면 미국 메이커는 스타일과 성능, 인테리어 등 총체적인 품질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여느 수입 메이커에도 뒤지지 않는 어정쩡한 가격 정책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자동차가 재미를 보지 못하는 시장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자국산 메이커는 700만3617대로 전체 1615만7588대의 43%, 일본 메이커는 31%인 500만3175대, 유럽 메이커는 112만2343대로 7%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한국 메이커는 70만555대로 전체 판매량 가운데 4%대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내 코를 다른 사람 손으로 풀자는 심사는 아니지만 반대로 일본 내수 시장을 분석해보면 미국이 견제해야 할 상대는 보다 분명해진다. 2007년 일본의 내수 판매는 전년(573만9506대)보다 7% 감소한 총 535만3645만대로 수입 메이커 점유율은 4.3%로 23만1593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미국 메이커는 총 1만1422가 팔려 전체 수입차 가운데  점유율이 4.93%에 불과하며 폭스바겐,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산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5만3390대, 이 가운데 미국산 메이커는 6420대로 점유율이 12.0%에 달해 오히려 일본에서의 시장 점유율보다 높다.수출, 수입 대수로만 보면 마치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팔리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전체 비중은 일본과 유럽 메이커와 비교했을 때 불공정 거래 행위로 지목될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0%를 육박하고 유럽과 일본, 브릭스(BRIC's) 국가 등에서 최고의 인기 속에 판매되고 있다. 총 내수 시장 규모에서 전체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 미국 메이커의 시장 점유율 등을 세세하게 따져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과의 역 균형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팔릴 수 있는 모델을 내 놔라
같은 브랜드의 모델도 차량의 특성과 시장 특성에 따라 잘 팔리는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은 분명하게 구분된다.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시장에서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판매량은 특정 국가와 연관된 사회적 인식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잘 만든 제품이면 어디에서든 어떤 소비자에게도 통할 수 있음을 세계 여러 곳의 시장 구조가 잘 보여준다.

200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산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수출 대수를 기록한 모델은 22만4020대를 기록한 GM대우 라세티다. 2위는 현대차 투싼으로 20만5847대였으며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쎄라토, GM대우 젠트라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국산 모델들의 공통된 특징은 국내 시장에 앞서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된 것들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메이커는 7618대를 판매한 BMW이며 도요타 렉서스 7520대, 혼다 7109대, 벤츠 7109대, 아우디가 4780대로 그 뒤를 잇는다. 미 빅3 가운데 최고 브랜드는 크라이슬러로 3901대를 팔아 포드(2022대)와 GM을 제치고 가장 주목할 성장을 했으며 올해는 지난 10월 현재 3405대로 전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7위권에 해당한다.

혼다가 한국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모델과 가격 정책으로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렉서스와 BMW, 벤츠의 3강 구도를 허물어뜨린 것과 달리 GM의 캐딜락과 사브가 지난 해 각각 312대와 185대에서 조금 늘기는 했으나 올해 역시 537대와  258대로 여전히 바닥권을 헤매는 것은 차가 안 팔리는 이유를 사회적 인식 탓으로 돌리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미 빅3 가운데 맏형 격인 GM의 자회사로 2007년 80만7729대를 수출한 GM대우의 라세티와 칼로스, 마티즈, 윈스톰 등은 평균 10만대 이상 유럽 등의 지역에 수출되면서 그룹 전체의 경영에 큰 보탬이 되는 효자 모델이다. 그들 스스로 미국의 서민층과 유럽의 실용적 소비자들 타깃을 개발했다는 라세티와 젠트라, 윈스톰 등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개발된 모델의 성공은 어떤 제품이든지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보다는 어떤 상품성을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용태 부장은 "수입차 구매 능력이 있는 소비자층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일정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외관상 특별하게 자신을 표현해 줄 럭셔리한 모델을 선호한다"면서 "일본과 유럽 메이커들이 최고급 모델로 한국 시장에서 기술력 우위를 과시한 다음 최근 보다 대중적인 모델로 공략한 것처럼 미국 메이커도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단계적 제품 출시 전략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덩치만 큰 고 배기량의 승용차와 밋밋한 디자인, 그렇다고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성능의 고가의 수입차를 사기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적당한 럭셔리함에 미국 시장에서도 고급차로 인식되는 렉서스와 인피니티, 벤츠와 BMW를 제쳐 두고 포드 300 등은 구미가 당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시장 상황 제대로 알려야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이 70~80년대 철저한 국가 통제와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낙후된 경제 시스템에서 운용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수입차 보유자에 대한 세무조사, 차별적 세제가 아직도 여전하고 반미주의로 인한 사회적 인식이 미국산 제품을 기피하는 원인, 즉 그들의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각종 통계를 들어 설명했지만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겨냥해야 할 상대는 우리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미국 메이커 점유율은 GM그룹의 일원인 GM대우를 합친 15만대로 전체 시장의 12%에 달하는 규모로 주장할 수 도 있다. 미국 역시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차를 불공정 무역의 범주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유추하건데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그들에게 현재의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와 시장 상황, 그들이 만든 자동차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또한 이미 궁지에 몰린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생존을 위해 벌인 도박에서 승리하며 논공행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주장과 현실과 거리가 먼 편향된 사고로 분석된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경제위기, 미 대선 결과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일대 호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도 있다. 그러나 이 호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정부가 한국의 금융위기 상황을 호도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별도의 브리핑을 했듯이 자동차도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