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植生)의 관광자원성=동국대 서태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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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植生)의 관광자원성=동국대 서태양 교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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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위치는 기후, 식생, 토양, 지질, 산업, 국민성 등 국가 발전과 관련된 여러 요인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 각 국은 이러한 요인들에 따라서 각기 독특한 문화와 경관, 생활모습을 소유하고 있다. 관광은 자연과 문화의 차이에 의해 가능하며, 그 차이를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다. 오늘날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이 유사할지라도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느냐, 즉 국민성이 자연 친화적이냐 자연정복적이냐에 따라 생활양식이나 관광 행태 및 여러 산업의 모습이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은 자연의 정복보다는 조화에 있었다. 자연숭배사상이 그것이고, 아름다운 산천의 적소(適所)에 정자를 세워 ant 시인묵객들이 자연을 노래했던 것이 모두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의 구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명확하여 봄에는 남쪽에서부터 시작되는 유채꽃·벚꽃·진달래·철쭉 등이 전국의 산하를 아름답게 수놓아 대표적인 봄철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여름은 시원한 계곡과 바다 그리고 신록이, 가을에는 설악에서부터 하향하는 단풍이 온 국토를 물들이고, 억새와 낙엽이 주말산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겨울은 설경과 산악레포츠 그리고 남해안 일대의 상록활엽수림을 이루고 있는 동백이 훌륭한 매력요소가 되고 있다. 그밖에 전국 각처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와 희귀식물들도 지방화시대의 잠재적 관광자원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의 식생분포는 식물이 3,000여종, 수목이 700여종으로 매우 다양한 편이며, 쾌청일수도 동위도상의 일본이나 영국에 비해 훨씬 높아서 봄·가을에 관광시즌이 집중 형성되고 있으나 주말여가시간의 확대에 따라 점차 사철관광의 형태를 띠어가고 있다. 자연적 관광자원은 경관미와 더불어 야외 스포츠, 레저활동 등을 그 특성으로 하고 있으며, 오늘날 각종 공해 및 인간성의 상실, 소득과 여가의 증대에 따른 자연지향주의가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다.
지난 주말 가을 억새꽃으로 유명한 영남알프스를 다녀왔다. 푸른 융단 위에 흰 비단이 출렁이듯 석양의 붉은 조명 아래 억새꽃이 파도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값진 체험의 기회를 가졌었다. 하지만 보호되지 못한 등산로는 장마비에 토사가 흘러내려 흉물스런 도랑으로 변했고, 통제되지 않은 아름다운 억새밭은 수많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었다. 자연적 관광자원은 자연경관을 대상으로 관광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매력성을 지니고 있으며, 교통 및 편익시설 등의 개발조건과 결합하여 자연적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이용에만 치중하여 방치된 전국 각 지역의 자연자원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특성을 살린 관광체험프로그램개발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주말여가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현대인들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식생을 중심으로 한 테마여행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식생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우나, 발굴·보존을 통해 얼마든지 매력적인 가치로 상승시킬 수 있다. 한국의 식생은 이미 생태관광의 대상으로서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이제 관광자원개발은 외래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어메니티(amenity) 차원에서 투자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지방화시대의 관광개발은 지역주민의 만족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만족스런 체험, 지역주민의 편익을 위한 경제적 기회 창출 그리고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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