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정(望洋亭)(동국대학교 서태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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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望洋亭)(동국대학교 서태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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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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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물 맑고 산이 아름다워 승경으로 알려진 곳은 어느 곳이나 누정이 있었고, 누정 자체도 주변의 자연환경과 하나가 되도록 적재적소에 건조해 누정을 짓고 그곳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형이상학적인 공간이 됐다.
누각과 정자의 복합어인 누정은 구조적·공간적 성장감 및 가변성을 주고 건축과 자연과의 상호교류작용을 가능케 해 건물에 대한 장소가 아니라, 장소에 있어서의 건물에 초점을 뒀다.
따라서 인공구조물인 정자가 자연경계 속에서 결코 눈에 거슬리지 않고 주변의 바위, 소나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한국 정자의 특징적인 모습이며 기능이다. 이러한 누정들이 곳곳에 입지함으로써 국민정서를 순화시키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이를 슬기롭게 이용할 줄 아는 자연 친화사상, 곧 선비문화의 요람이 됐다.
특히 한국고전문학의 산실인 우리의 누정(樓亭)들은 한국문학과 관계되는 선비·시인·가객들의 기(記)와 시(詩)는 물론 행적과 체취가 그대로 숨쉬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다. 이러한 누정들은 산수가 좋고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여 놀이나 휴식공간으로 사용됐으며, 전시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장소로, 또는 장수가 군대를 지휘하는 곳으로, 태평시에는 풍류의 장소로, 혹은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의 장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멋과 풍류가 흐르는 선비들의 여가공간인 누정은 지방에 따라 목적에 따라 규모·구조·건축기법을 달리했다.
그러나 풍류가 전설처럼 느껴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누정은 이미 관심 밖의 유적이 돼버렸고, 대부분 비지정문화재로서 의미없이 퇴락하고 있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함은 애석한 일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경승지로 관동팔경의 하나인 경북 울진 동해안에 위치한 망양정은 고려시대 건축됐으며, 1958년에 이전 신축하고 1979년 보수를 거친 아름다운 정자로서, 조선 숙종임금이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려 오게해 감상하고, 그 중에서 망양정이 제일이라 하여 '관동제일루'란 친필편액을 하사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망양정 안내표지판은 퇴색되고, 앞쪽은 불법시설에 침범 당해 이용이 불편하며, 진입로는 대형 상업시설에 가리어 찾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정자 주변엔 어울리지 않는 전나무 두 그루가 부조화를 연출하고 있으며, 정자 자체는 훼손된 기둥의 어설픈 보수와 오른쪽이 동쪽으로 기울어져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있어 문화유산 관리 경영의 현주소를 짐작케 하고 있다.
오늘날 지자체들이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맞아 지역민의 여가생활과 지역소득 증대를 명분으로 앞다투어 관광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망양정과 같은 누정문화유산을 간직하고도 그 가치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옛 사람들의 풍류 장소 정소로만 알고 방치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장 한국적인 독특한 매력을 지닌 멋과 자부심, 지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실속있는 관광자원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서둘러 찾아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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