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의 이면들(김상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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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의 이면들(김상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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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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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Chubb의 “One Third of Our Life"라는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케 해주는 바가 있어 관광을 전업으로 하는 나로써는 이 책의 제목을 늘 염두해 두곤 한다. 다들 알겠지만 여기에서 우리 인생의 3분의 1이란 여가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의 근현대화를 이끌었던 자본주의와 프로레스탄티즘에서 비롯된 노동의 가치 부여가 우리의 의식에 내재화되면서 근래까지 우리 인생에서 여가는 말 그대로 남는시간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고 본다.
그러다가 경제여건이 웬만해지기도 하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인생의 참다운 지향점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사실 삼분의 일이라면 절대 소홀히 둘 수 없는데도 먹고사느라 그랬다는 것만으론 아쉬운 점이 많은 것 아닌가. 이런 상황조건에서 주5일 근무제의 본격적인 실시를 불과 몇 개월 앞두게 되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가족주의의 강화, 주말 여행등의 모습을 강조하고, 문화관광산업의 획기적 발전 등을 말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게 전개될 것 같지 않다. 우선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모두가 원하는 여유로운 여가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발적 선택으로서의 여가 뿐 아니라 소위 강제된 여가를 갖게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조기퇴직을 의미하는 38선, 56도 등의 현상과 매년 높아지는 평균수명 사이에 낀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여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또 다른 계층도 있다. 문화와 스포츠, 관광 등 이른바 여가산업 종사자들은 본격적인 주7일 근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이미 내부 인사관리에 비상이 걸린 해당업계는 정부와 언론이 주5일 근무제라는 표현보다는 주40시간 근무제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사람들말고도 어려운 계층이 있다. 세계화의 당연한 귀결중의 하나겠지만 맞벌이의 급증과 빈부 격차 등의 문제는 주5일제를 계기로 새로운 계급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가고 싶지만 돈이 없거나 여가의 질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많은 사람들을 변형시간근로를 통한 2~3중 직업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위화감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주5일 근무제를 먼저 도입한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늘어난 여가시간으로 인해 이혼율이 급증한다거나 자살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바쁘기만 하다가 준비없이 늘어난 가족들의 대면을 통해 그냥 넘어 갈 수도 있었던 불화의 요인들이 표출되면서 가족해체가 늘어나게 되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 모색은 극히 일부 계층이겠지만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문제의 본질은 여가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교육의 부재와 필요성을 동시에 역설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마라톤 중에 사망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배운 거라고는 오로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못배운 40대 이후의 세대는 늘어난 여가시간에 말 그대로 죽어라 달리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밖의 문제도 많이 보인다. 인건비 부담이 높아짐으로써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고, 여기저기에서의 향락과 여행은 관광자원의 훼손과 난개발로 이어지고, 준비가 충분치 못한 시설과 공간에서는 교통을 포함한 안전사고가 급증할 것이다.
주장하고 싶은 것은 주5일제의 반대가 아니라 신중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관광정책은 어디에 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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