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짓고 보는 공항시설(손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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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짓고 보는 공항시설(손의영 교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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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바대로 국내 공항 운영의 부실로 인한 문제점이 고속철도 완공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02년 11월 폐쇄하였던 강릉공항에 이어서 예천공항이 곧 폐쇄하게 된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공항 중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해와 제주공항뿐이다. 이것도 건설비를 완전히 제외하고 운영수입과 운영비용만을 비교했을 때이다. 나머지 국내 공항들 또한 모두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청주, 양양, 울산공항 등이 심각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장래에 점차 더할 전망이다. 왜냐하면 최근 전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이미 대폭적으로 확충되었고 지금도 계속 확충되고 있으며, 경부고속철도 또한 2010년경이면 대구에서 부산까지 새로이 건설되어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공사가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고 있는 울진, 무안, 김제공항도 완공과 더불어 적자에 시달리는 유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전주에 또 다시 새로운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가? 첫째는 건설교통부가 무리한 공항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무조건 이들 계획의 추진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비합리적인 예산 배분체계에서 비롯된다. 건설교통부는 사업을 벌려야만 더 큰 힘을 갖게 되며, 지자체는 국가가 모든 건설비나 운영 적자를 책임지게 됨으로써 한 푼도 들이지 않으면서 공항을 지을 수 있고, 특히 적정 규모 이상의 더 큰 공항을 선호하게 된다. 둘째는 이들 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할 때에 국가 예산을 짜임새 있게 쓰고자 하는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너무나 우선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대통령 공약이라서, 또 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건설되기도 한다. 셋째 일부 전문가 또한 이들 공항 건설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한다.

장차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 첫째 이미 완공된 공항의 경우에는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적자 폭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공항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공항 운영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게 위탁하여야 한다. 둘째 현재 시점에서 완공을 거의 앞둔 공항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완공을 하되,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민간에게 운영 위탁을 모색하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공항 건설에는 제발 또 다른 과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지금의 예산 배분체계를 개선하여야 한다. 즉 지자체도 공항 운영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과다한 공항 건설을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불필요하게 혹은 과다한 규모로 공항을 건설함으로써, 이용자가 극히 적어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고 운영 적자는 심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과거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 즉 공항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간에게 공항 운영을 위탁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래 공항 건설에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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