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스피드(이항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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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과 스피드(이항구 박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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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 등 미래형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EU가 금년에만 4천억원과 5천억원을 미래형자동차의 핵심기술 개발에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일본은 얼마전 미래형자동차의 주요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7대 국가전략과제로 선정하여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일본이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경쟁에서도 확고한 비교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미래형자동차 개발비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증가하고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되자 합종연횡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위험을 분산하면서 자국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설정하여 신속한 상용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원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미래형 자동차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였고, 금년에만 핵심기술개발과제에 251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적지않은 예산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미래형자동차를 차질없이 개발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최소한 3천200억원의 정부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치와 비교해 볼 때 금년 지원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동차산업이 수출과 생산을 견인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고, 21세기에도 우리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평가되자 국내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자동차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청사진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간과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덩그러니 조립공장이 위치해 있다고 해서 자동차산업의 육성 기반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세계화산업이자 종합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지자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투자와 전문인력의 안정적인 공급, 그리고 연관산업이 뒷받침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수요자중심형의 지원 프로그램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수요자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업체의 기술개발을 포함한 각종 투자계획과 괴리된 청사진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미래형자동차를 조기 개발하기 위해서는 집중과 스피드전략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형자동차 개발 계획이 지역균형발전이란 미명하에 분출되고 있는 지자체의 자동차산업 육성전략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국내 자동차업체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반영하지 못한 채 소수 집단에 의해 급조된 지역 자동차산업육성전략에 대한 지원이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끝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역경제의 균형성장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지역 자동차산업 육성전략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과 사후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산관학 공동으로 미래형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
미래형자동차의 개발이 구호에 그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이 또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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