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의 위기(김상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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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의 위기(김상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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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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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로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라는 말이 있다. 전망이 맞아서 경제난이 오면 그 정확성으로 인해 각광을 받을 것이고, 틀리면 좋은 경기 탓에 누가 나쁜 예측을 했는지 야박하게 따져 묻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유형의 선택은 각종 스포츠 내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무조건 상대편에 거는 거다. 이때 우리 편이 이기면 약간의 내기 돈을 잃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고, 상대편이 이기면 마음은 아쉽지만 내기 돈이라도 따면서 약간의 위로가 보상된다는 셈법이다.
최근 여행업계는 줄곧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하지 못해서 그런지, 앞서의 비관주의 방식을 의식해서 그런지 선뜻 동조하기는 어렵다. 우선 관광수요가 감소됐다거나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제유가의 등락이 다소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KTX 개통이나 이번 7월부터 본격화되는 주5일근무제 등은 분명히 호재이고 오랫동안 들어왔던 경제위기론 등에는 이미 만성화 될 만큼 관광수요에 내성이 생겼는지라 도대체 무슨 경영난을 이야기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수긍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첫째, 여행사수가 지나치게 많다. ’80년대 초반까지 수십개에 달하던 여행사는 금년 6월 1일 기준으로 8,778개사에 달한다. 이수치는 불과 4개월 전인 2월 1일 기준에서 보면 100여개사가 늘은 것이고 1년여전인 2003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보면 300여개사가 증가한 것이다. 동기간중 커다란 수요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치변화는 분명히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다 보니 시장경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어렵고 선량한 여행사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도매업자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앞다투어 직판에 나서니 조그만한 회사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인게다.
둘째, 여행상품 유통단계의 축소 문제도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터넷 환경과 항공사나 호텔등 대표적인 여행공급업체의 소비자 직접 접촉방식을 통한 수익추구로 여행사 이용비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점은 최근의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는 10여년이상 꾸준히 경고 되오던 경영환경이다. 쇼핑이나 옵셥투어, 투어피 등을 회피하는 영악(?)한 관광객과 개인여행의 증가로 기존 여행사의 수익구조를 진작부터 변화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는가?
셋째, 소비자 보호제도의 강화이다. 이미 2여년전부터 표준약관, 계약서 내용고지 등 여러 불가피한 규제가 있었지만 관광객 피해는 외형상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실태조사를 벌이고 곧 관련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란다. 이 역시 기존의 관행에서 보면 새로운 부담거리가 아닐 수 없다.
넷째, 영법방식이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슬아슬하게 보고 있기는 하지만 과다광고는 언젠가 크게 사고를 칠 요인이다. 평일 그 비싸다는 중앙일간지에 10여개 이상의 여행상품 광고가 6~7단 사이즈로 뜨고, 주말엔 거의 20여개에 달할 정도이다. 다구나 요즘엔 케이블 TV에서 공중파까지 전파매체에서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덤핑추세에 이 정도 광고비 부담이라면 결코 편하게 지켜보기만 하기가 어렵다. 기업경영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여러 가지겠지만 광고부담이 궁극적인 기업의 추구목표인 순이익과 얼마나 연계되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것들 말고도 개별 여행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일면의 문제는 결국 여행사 스스로 풀어야 할 것 같다. 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업계 스스로 시장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관광객의 불편사항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설사 마음이 있더라도 명분이 약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여행사들은 위기에 빠져있는 셈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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