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운영 30년을 돌아보며(손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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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운영 30년을 돌아보며(손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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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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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서울에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과 경인선 및 경수선 전철이 개통돼 운영된 지 어언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수도권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지하철 2∼4호선, 5∼8호선과 과천선, 안산선, 분당선, 일산선 등이 계속 개통돼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지하철은 부산·대구·인천·광주에도 개통됐으며 대전에는 현재 건설 중에 있다. 이제 수도권을 비
롯한 대도시권 교통에서 지하철 및 전철 이용객은 수백만명으로서 너무나도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래에도 대도시권에는 물론 일부 중규모 도시까지에도 지하철 및 전철은 더 건설될 것이 예상되며, 그 역할은 점차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그러면 대도시권 교통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하철 및 전철은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해답은 결코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에 대해서만 논의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이용자 측면에서 서비스 수준이 아직도 낮다는 것이다.
노선간 환승할 때 너무 걸어야만 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시설이 계속 확충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하다. 스크린 도어가 없어서 추락 위험이 상존하고 냉난방이 잘 안되며 먼지에도 크게 노출돼 있다. 화재에 대비한 불연 내장재로의 교체 또한 아직 덜 되었다.
다만 서울시에서는 버스와 지하철간 환승이 최근 무료화됨으로써 크게 편리해졌다. 정기권도 아직은 시행 초기라 다소 미흡하지만 계속 개선될 것이다.
한편 현재보다 장래에는 장거리 이용객을 위해서 무엇보다 급행 열차 및 이층열차가 도입돼야 한다. 이에 따라 장거리 이용객은 더 빨리 그리고 앉아서 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스크린 도어가 전 노선에 도입되어 추락 위험을 없애고 냉난방을 효율화하고 먼지에 노출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지하철의 문제점은 이용자 측면보다 지하철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측면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부채에만 의존하여 건설한 결과 각 지자체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만도 5조원 이상이고, 모든 지자체를 합하면 거의 10조원 이상에 달한다.
따라서 지자체 재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지하철 운영을 공기업이 담당함으로써 비용 절감보다는 보조금만 더 받으려 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나타난다. 특히 그동안은 지하철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잘못 판단해 필요 이상으로 대규모로 열차나 역사를 건설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지하로만 건설하여 왔다. 부채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더 비대해진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장래에도 지하철은 더 건설돼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보다는 비용이 적은 도시철도를 건설해야 한다. 지하보다는 고가로, 경우에 따라 도로 위에 경량전철을 건설하도록 하고, 정부가 건설·운영하기보다는 민간이 건설·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민간이 새로운 경량전철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민간과 공기업간 경쟁이 활성화돼 기존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까지도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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