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활용한 SOC 확충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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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활용한 SOC 확충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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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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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SOC 확충을 통해 침체국면을 맞고 있는 건설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하고 있다. 더욱이 부족한 정부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민간자본, 특히 연기금까지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SOC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연기금을 어느 규모나 투입할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에서 확충하고자 하는 SOC 유형을 고려할 때, 특히 이를 위해서 연기금까지 활용하고자 하는 것을 보고 커다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SOC는 흔히 도로·철도·공항·항만 등의 교통시설을 일컬으며,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선진국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더 확충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교통 혼잡이 크고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까지
도 거의 모든 SOC 시설은 확충하기만 하면, 곧바로 새로운 교통량으로 채워지곤 하였다. 그러므로 이 때에는 SOC 투자의 효율성을 별로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현상은 더 이상 모든 경우에 나타나지 않게 됐다. 불필요하게 건설된 일부 지방 공항은 거의 활용되지 못한 채로 방치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도시 지하철은 엄청난 건설비에 비하여 승객은 예상보다 훨씬 적어, 개통과 더불어 누적되는 적자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바로 인접해 4차선 국도가 건설돼 교통량이 극히 적거나, 불필요하게 넓은 도로가 건설돼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됨으로써 주민들이 도로 건설을 원하지 않기도 한다.
반면에 대도시 주변 도로는 극심하게 혼잡하고 도시철도도 발달하지 않음으로써, 매일 교통으로 인한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요약하면 정작 필요한 부문에의 SOC 투자는 부족한 반면에 불필요한 부문에까지 SOC 투자가 이루어지는, SOC 투자의 비효율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SOC 시설에 민간자본이 유치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민자 유치의 목적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규모 SOC 시설에의 민자유치를 위해서, 정부는 일정 수익성을 보장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운영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부는 이미 매년
커다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장래에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인천공항고속도로에 1천억원, 천안-논산도로에 500억원, 서울시 우면산터널에 25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만일 연기금이 SOC 투자에 활용된다면, 연기금의 목적상 반듯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민자유치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래에 연기금이 투입된 시설이 예상했던 수익성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10년 혹은 20년 후에는 정부는 지금까지의 민자유치나 장래의 연기금을 활용한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보조금 지급에만도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므로, 새로운 SOC 시설에 투자할 여력은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SOC 시설에의 투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 불필요한 시설이나 혹은 시급하지 않은 시설까지 지금 당장 확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연기금까지 동원해 SCO 시설을 확충하는 데에 노력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SOC 투자 효율을 증대하는 데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본지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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