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1만원 주면 벌점 없어지는 교통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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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1만원 주면 벌점 없어지는 교통법규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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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속으로 인해 교통위반 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일로 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 하나는 위반사실 내용을 누구나 알기 쉽고 정확하게 기술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점. 또 하나는 과태료 1만원을 내는 운전자에게는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말도 되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전 경력이 20년 정도 되는데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은 몇 번 있었다. 솔직히 '교통법규를 잘 지켜 모범 시민으로 살아가자’는 것보다 ‘범칙금으로 나가는 돈이 아깝고, 또 교통법규를 잘 지켜 나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이 더 강했다.
교통사고 위반통지서에는 대충 이런 글귀가 있었다.
"위 사항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15조의2 제5항 규정에 따라 2004년 11월 19일까지 00경찰서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내 의견진술이 없을 경우에는 귀하께 과태료 납부고지서가 발부되니, …"
그리고 뒷면에는 '위반차량 처벌 내용'이라는 것이 승용차량·승합차량·면허벌점 등으로 구분돼 적혀 있었다.
그 당시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른 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았고, ‘과태료’라는 단어를 그냥 넘겨버렸으며 다른 의견을 진술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기관에 가서 낼 벌금 고지서가 집으로 오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그 고지서가 집으로 배달돼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알고 있던 범칙금보다 1만원이 더 나와 있었다.
그래서 경찰서에 문의해보니 담당자는 “지정한 날짜까지 면허증과 위반사실통지서를 들고 경찰서에 와서 스티커를 끊어야지 과태료가 나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왜 과태료로 1만원을 더 물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담당자는 “처음 위반통지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잘 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살펴보니 처음 배달된 통지서에 적힌 날짜까지 경찰서에 가서 의견을 진술하면 범칙금을 물고 면허벌점을 받게 돼 있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속는 기분도 들고, 억울하기도 하고, 하소연 할 곳도 없고….위반자가 통지서를 받아 보았을 때 누구나 알기 쉽게 정확하게 적혀 있어야 하는데 이해하기 조차 힘들었으며, 또 위반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에게 단지 사실 여부의 의견을 진술하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위 사항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15조의2 제5항 규정에 따라 2004년 11월 19일까지 00경찰서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뒤에 “또 위반사실을 인정하신다면 11월 19일 이전까지 00경찰서에서 직접 오셔서 면허벌점과 함께 범칙금을 물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을 첨가해야 내용이 정확
히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위반 처벌내용에 ‘범칙금’ 란에는 ‘면허벌점’ 항목이 있는데, ‘과태료’ 란에는 ‘면허벌점’항목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과태료를 내는 운전자에게도 그 벌점이 그대로 적용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과태료 1만원을 내는 운전자에게는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말도 되지 않는 사실을 경찰서에 전화를 해 보고는 알았다.
교통법규가 운전자와 국민의 재산 손실과 인명 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면 돈 1만원을 더 내면 벌점이 사라진다는 이 법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은 법을 만든 취지와는 무관하게 돈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돈 1만원으로 벌점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돈 1만원을 내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법규의 영향으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돈 몇 푼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진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돈 1만원만 더 내면 면허벌점을 없애주는 이 모순된 제도에 대해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 남구 대명9동 전인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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