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힘을 주는 게시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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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힘을 주는 게시판돼야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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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10년차 되는 영업직 남편을 둔 전업주부이다.
노조 대의원을 맡고 3년차 노조일을 하고 있는 남편이, 하루도 안빠지고 들어와 한숨을 푹푹 쉬고 보는 기아차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무슨 일인가 싶어 한번 들어가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같은 노동자들끼리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고 비방하고, 어떻게 같은 노동자들끼리 서로 등지고 삿대질을 해대는 것인지….
어느 영업사원의 글도 눈에 들어왔다.
"참 힘들다. 내 주머니 털어가며 눈길 한번 안주는 고객들 만나, 입에 단내가 나도록 영업을 해도, 수당 한번 제대로 내 손에 못쥐고 용품값으로 들어가고, 월급이 나와도 손님 만나 나간 음식값과 술값, 용품값, 끊임없이 밀려가는 차용품 카드대금 등으로 다 나가버리니…"
남편은 영업 10년차. 성실하게 살아온 남편에게 남아있는 것은 주택마련 대출금과 허물어진 위장뿐이다. 그리고 노조 대의원 일로 출장이 잦아 그나마 있던 계약건들도 다른 사원들한테 뺏기기 일쑤다.
그런데 영업사원을 비방하는 글이 게시판에 버젓이 올라있던 것이다. 토·일요일도 마다하고 고객을 찾아다니고, 매일 회의에 출장에 집에서 자는 적도 거의 없는 가난한 영업사원을 비방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보고싶다.
또 노조 대의원이 하는 일은 개인적인 희생으로 그치고 아무도 그 사람의 안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건지….
노조 게시판은 서로 힘을 북돋워주고 용기를 주며,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서로 보듬고 함께 나가야 할 길에 대해 의논하는 곳인 줄 알았다. 또 노조도 노조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의원의 생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곳인 줄은 진짜 몰랐다. 행여 당신의 부인이, 당신의 자식들이 당신에 대한 비방한 글을 보면 어떻겠는가.
인터넷이라는 온라인상에서는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건지, 그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독자:영업사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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