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한 학술단체가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1등 상품을 소개하기 위한 상품 선정과정에서 당시 세계시장에서 매출액 1위를 차지하던 반도체, CDMA 단말기, LNG 선박 등은 무난히 선정했으나 자동차는 생산량 기준 세계 6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상당히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다. 결국 자동차도 선정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논란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좀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는 인류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利己)중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으뜸가는 도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에게는 신속한 이동수단인 동시에 나만의 생활공간이 되어 자유롭고 기동성 있는 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향유할 수 있게 만든다.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서의 편리함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의 구속과 사생활 침해를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그래서 '자유'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능력만 된다면 자동차를 먼저 소유하고 싶어한다.
국가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그나라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경제발전을 주도한다. 2∼3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가는 자동차는 이를 정점으로 하여 전방에는 수천 개의 1차· 2차·3차 부품 공급업체가 포진해 있으며, 후방에는 정비·운수·정유·보험·금융 등 광범위한 업종이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이들 수많은 전후방 연관산업의 발전과 직결되면서 국가전체의 고용·생산·수출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인해 후발국가가 경쟁력 있는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소재와 부품으로 구성되고 환경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자동차는 주물·금형·열처리 등 기초기술에서부터 기계·전자·정보통신의 최첨단 기술까지 모든 기술이 총동원되는 종합 기술산업이다.
또한 개인이 소유하는 최고가의 내구소비재로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규모를 갖추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산업으로서 시설설비와 운영에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자본집약산업이다.
그리고 제품의 개발·부품조달·생산·판매·AS의 전과정에서 고도의 경영능력과 노하우,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오늘날 자동차산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나라는 오랜 역사에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세계의 최선진국 5∼6개국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 독자적인 기술력과 브랜드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할 수 있는 종합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한국뿐이다. 빈약한 자본과 초라한 기술력, 그리고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속에서 출발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불과 40여년의 짧은 기간에 세계의 선진강국 일류 메이커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기적과도 같다.
비록 생산은 세계 6위라고 하나 자동차의 가치나 산업으로서의 중요성과 특성을 감안할 때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성공해 세계 방방곡곡에 200만대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의 자동차는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고 당당히 한국의 1등 상품으로 소개돼 마땅하다.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세계속에서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자동차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가일층의 성원과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前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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