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觀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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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觀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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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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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박사

거의 20여 년 전 외국계 개발회사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한국에 파견 나온 친구 (당시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았지만)에게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근무시간에는 참 열심히 일한다는 거였다. 중간 중간 차도 마시고 졸기도 하고 대낮에 피곤하면 사우나도 다녀오는 80년대초 당시 우리와는 달리 화장실도 아껴가는 듯 퇴근 때까지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 후 야근이나 철야 등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일했던 우리 노동(?)시간의 질이 썩 훌륭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기도 했고 주5일제의 필요성도 절실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배움은 기본에 철저하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현장 사진을 찍을 때 포인트를 잡아서 찍기는 하지만 인화 후에 사진 찍은 곳을 몰라서 허둥대는 일이 있었다면 그 친구는 찍을 때부터 각 커트별로 별도의 메모를 가지고 있어서 헷갈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지도만으로도 지형을 완벽하게 읽어낸다거나 연역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 등이 텍스트대로 였고 이것이 그때 우리로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었다는 거다.
그렇다고 그들이 계획의 모든 과정에서 우리보다 우월했다는 것은 아니다. 개발사업들의 진행에 필수적인 복합적 맥락(context)을 읽어 내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결정적 장점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 번째는 어느 날 지도를 보고 있던 그가 지도상의 지명을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요구를 해온 일이었다. 지명에는 그 지역의 자연과 인문적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종도 등 지난 20년간 그런 유사한 에피소드를 많이 듣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그 후 계획 때마다 지명을 해석해보는 일은 습관이 생겼다. 그런면에서 관광(觀光)이라는 단어도 매우 흥미롭다. 영어의 sightseeing이 tourism으로 바뀐 후 다른 대부분 번역들이 그랬듯이 180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 일본에서 어떤 번역가가 투어리즘을 ‘관광’으로 옮겼을 것이란 추정을 하게 된다.
우연히 주역에서 관국지광(觀國之光)을 빼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하필 볼 관(觀)을 빼왔을까. 여기에서 빛 광(光)의 해석은 이국적 풍광이나 선진적 문명의 뜻으로 보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본다’ 라는 의미로 옥편을 찾아보면 볼 시(視), 볼 견(見)등 종류에 따라 30∼50개 이상의 한자가 나온다. 그중 볼 관(觀)을 정한 것이 묘하다. 재미있는 것은 볼 관(觀)이 쓰여진 용례중 불교의 관음보살(觀音菩薩)이 나타난다. ‘소리를 보는 보살’이란 뜻이다. 여기에서 ‘소리를 본다’라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소리는 듣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옛날 말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 했듯이 볼 관(觀)의 의미는 단순히 ‘눈으로 본다’라는 뜻을 넘어서 온몸 전체로 느끼고 이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한문에 조예가 없는 사람의 틀릴지 모르는 생각이지만 이게 맞는다면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체험관광이라는 것도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갖게 된다.
이렇게 보면 요즘 관광서비스를 공급하는 쪽이나 소비하는 관광객들에게 불만이 생기게 된다. 수요나 공급쪽 모두 관광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관광레저도시나 J·프로젝트, S·프로젝트등 관광지 개발을 해도 골프장 수십 개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오늘 한번 죽을 때까지 마시고 놀아보자 하는 관광객들의 행태도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싫든 좋든 관광은 21세기의 피할 수 없는 대세중의 하나다. 이래서 앞으로는 관광을 어떻게 보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각 단위의 경쟁력의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거다. 국가든 개인이든 관광을 새롭게 봐야 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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