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온화 기법
상태바
교통정온화 기법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지속가능한 도시교통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기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통정온화는 사람과 자동차가 서로 마찰 없이 도로를 공유 또는 공존하는 것으로 주거지역에서 자동차 속도를 줄이도록 기존 시설을 개조, 소통기능보다는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 또는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도 활용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교통정온화는 1963년 영국의 Colin Buchanan이 ‘도시내 교통(Traffic in Towns)’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제안한 이래, 1969년 네덜란드의 De Boer가 주거지역의 공유·공존도로를 ‘주거지 정원’(Woonerf 또는 residential yard)이라고 이름 부치면서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다. 네덜란드 델프트시는 교통정온화 기법을 처음 도입한 도시로 유명하다.
당시 델프트시는 자동차 통행을 억제하기 위해 차로 수나 폭을 줄여 강제적으로 자동차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대신, 길가에서 이웃과 만나 서로 대화하고, 어린이들이 길가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주거지역내 모든 도로를 다시 설계, 정비하였다.
1976년에 네덜란드와 독일이 공유·공존도로 설치에 대한 지침과 규정을 만든 이래 1977년에는 영국·스웨덴·덴마크가, 1979년에는 프랑스와 일본이, 이스라엘은 1981년, 스위스는 1982년에 각각 규정을 제정하여 기존 도로를 대폭 개선했다.
유럽의 성공적인 적용사례에 힘입어 미국은 1980년대부터 특히 교외지역에 집중적으로 도입했고 이제는 거의 모든 도시에서 보편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초기의 유럽 교통정온화 기법은 도로의 선적(線的) 측면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면적(面的) 측면을 중시해 주거지역내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Zone 30’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면적(面的) 교통관리대책으로서 ‘생활 Zone’ 규제를 시행했고 1984년부터 지구 종합교통안전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교통정온화에 의한 주거지역 도로를 정비하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교통정온화는 물리적 기법과 비물리적 기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 기법은 주거지역 도로에 시설 설치를 통해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강제적으로 감축시키는 것으로 시설의 형태에 따라 수직적 기법·수평적 기법·진로전환 기법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수직적 기법에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속방지턱이 있고, 수평적 기법은 로터리와 도로를 의도적으로 구불구불하게 설계하여 차량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시케인(chicane) 등이 있다.
진로전환 기법은 4지 교차로를 3지 교차로로 바꿔 일부 도로를 폐쇄하여 자동차 통행자체를 제한하는 시설 등이 있다. 비물리적 기법은 시설 설치보다는 교통단속이나 규제를 통하여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감소시키는 법적·제도적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교통정온화는 일명 ‘도로 살 빼기’(road diet)라 해 선진국에서는 도시내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 도로로 확대해 다양한 물리적·비물리적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도 주거지역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30km 존을 설정, 자동차가 감속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로이용자와 관리자가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과속방지턱 등 극히 제한적인 교통정온화 기법만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도시교통 정책을 자동차보다 인간과 환경중심의 지속가능한 교통에 역점을 둔다면 모든 주거지역 도로·이면도로·생활도로에 대해 자동차의 속도와 통행량을 줄일 수 있도록 교통정온화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통정온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과 기법을 개발하고 기존의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수도권에 계획중인 신도시에 교통정온화 개념을 적용하여 인간과 환경, 자동차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도로설계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 김광식 성균관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