基本부터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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基本부터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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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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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문화계 인사로부터 조금은 무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관광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관광계를 들여다보면 산적한 현안문제에 대한 대응 수준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통계나 논리·이념·철학도 빈약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혁신의 분위기나 주체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순간 치부를 보인 듯 화도 나고 약도 올랐다. 하지만 그런 자리일수록 침착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지금까지 연구 현장에서 익힌 알량한 경험이 주는 지혜였다. 그날 대답은 궁색하기도 하고 두서없기도 했지만 대강 이런 요지였다. 관광이라는 것이 워낙 복합적이어서 정부부처중 어떤 곳도 관광 관련 사무가 없는 곳이 없고, 학문의 성격도 다학문(multi-disciplinary)적이고 간학문(inter-disciplinary)적이다.
제프리(Jafari) 교수의 모델까지 들먹이다가 좀 더 현실적인 고육책으로 각 대학에서 관광학과 학생들의 성적과 행태까지 보탰다. “일단 입학성적이 좋고요, 학부때 경제학은 경제학과 다음으로, 경영학은 경영학과 다음으로, 영어는 영문과 다음으로, 일어는 일문과 다음으로, 조경과 도시계획은 해당학과 다음으로 잘합니다. 그리고 체육과 학생들과 싸우는 건 공대생과 관광학과 학생들 밖에 없습니다.” 옹색하기 짝이 없는 나의 답변에 그의 반응은 당연히 “그래서요?”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관광이란 것이 정의하기도 어렵고 정책이나 사업도 간단하지가 않다는 거죠. 그렇지만 아직 역사가 일천해서 그렇지 능력 있는 분들이 여러 곳에서 노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라는 원칙적 답변만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다행히 그가 물러서 주었지만 충분히 납득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날의 개운치 않은 기분은 지금까지 꽤나 긴 시간동안 화두로 남아 있다.
국내외 관광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제 관광계 전반은 관광을 전공이나 전문으로 하던 사람 외에 많은 영역의 사람들이 넘나들고 있다. 학계가 그렇고 업계도 그렇다. 그렇다고 걸어 잠글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점도 명확하다. 이미 관광의 문제는 관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명쾌한 답을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관광을 하는 사람은 먼저 관광부터 잘 알고 잘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답이다. 예를 들어 관광학과 학생들의 공부를 살펴보자.
여러 이론 공부도 하고 무슨 고급 계량분석방법이든 컴퓨터건, 외국어건, 열심히 했지만 그것의 쓰임이 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업계에선 관광학과 출신 입사자의 자질에 대해 불만도 많다. 그 중에는 관광학과 졸업생으로 당연히 알아야할 지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 지식이 뭘까. 그것은 통계와 현장관찰, 관련 논문공부 등을 통한 관광객에 대한 깊은 이해이고, 국내외 관광기업들의 수많은 경영사례고, 수많은 관광개발의 사례들이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관광계 어디를 살펴봐도 제대로 정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른 예를 살펴보면 미대생들이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4년 동안 공부하는 작품은 대략 2000점에서 3000점 정도라고 한다. 이래야 미술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예가 더 있지만 이 정도로 해두자.
어쨌든 개방과 확대는 불가피한 대세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본을 알고 익히지 않고서 우리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정신없이 열심히들 하고는 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본을 갖추고 기본에 충실할 필요성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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