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중심 도시개발
상태바
대중교통중심 도시개발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원논설위원·김광식 성균관대 교수>



최근 서울시 등 대도시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은 대중교통과 녹색교통 확충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는 선진국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방안의 하나로 설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제까지의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은 자동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로에 투자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승용차가 축복 받는’ 자동차중심 도시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미국의 경우 1920년대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맞이하면서 교외화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는 대부분의 도시가 외곽으로 확산하는 양태를 보였다. 과도한 도시확산은 자동차 통근거리의 장거리화와 이에 따른 대기오염, 에너지 소비, 대규모 택지개발을 위한 환경훼손과 파괴, 고소득층의 교외지역으로의 탈출 등 사회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왔다.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유류파동은 도시확산이 가지는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도시확산에 따른 과도한 화석연료 낭비적인 생활양식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대체에너지 개발, 전기자동차, 태양열 자동차 개발, 도시성장 관리, 에너지 절약적인 도시개발, 대중교통중심의 도시개발(transit focused development: TFD 또는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TOD)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왔다.
이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1990년대부터 등장한 대중교통중심 도시개발 방안으로 미국의 칼섭(Calthorpe)이 처음 개념을 정립했다. 이것은 지하철역이나 경전철역 또는 간선급행버스 정류장으로부터 반경 800m내 상업 및 고용 중심지를 형성하고, 그 바깥쪽에 공공공지와 주택을 배치함으로써 직장·상가·주택 간을 자동차 통행없이 대중교통·보행·자전거로만 통행하도록 하는 도시개발 방식이다.
대중교통중심 도시개발 방식은 교통과 토지이용을 통합해 큰 역이나 정류장을 중심으로 고밀도의 복합용도 개발을 지향함으로써 도시확산을 방지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회복할 수 있는 신도시생활 양식(new urbanism)과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여러 도시에서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도 일부 철도역이나 지하철역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보행이나 자전거보다는 자동차중심으로 개발돼 있기 때문에 칼섭이 말하는 TOD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역세권 주변의 도로들은 대부분 왕복 6차로 이상의 대로로 구성돼 있어 사람보다는 자동차 우선으로 개발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역세권 주변에 주민이나 직장인이 휴식할 수 있는 공원이나 광장 등의 공간이 거의 없어 삭막하다는 점도 다르다.
현재 수도권에는 신도시 건설, 전국의 여러 지역별로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또 도시마다 뉴타운개발·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도시지역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자동차중심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대중교통중심 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비로소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대중교통중심의 도시개발을 추진한다면 칼섭이 말한 7개 설계원칙이 참고가 될 것이다. 첫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고밀도를 유지하고, 둘째 큰 역이나 간선버스
정류장으로부터 반경 약 800m내에 주거·상업·직장·공원·공공시설을 설치하며, 셋째 지구내에서는 어떤 목적지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는 보행친화적인 가로망을 구성하도록 한다. 넷째 주택은 유형·밀도·비용을 고려해 혼합적으로 배치하고, 다섯째 양질의 자연환경과 공지를 보전하며, 여섯째 공공공간을 건물배치와 근린생활의 중심지로 조성하고, 일곱째 기존의 근린지구는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재개발을 촉진하도록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을 고려해 볼 때 일정 규모의 철도역·지하철역·간선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주거·상업·업무·공공시설, 공원, 광장 등을 적정하게 배치해 굳이 승용차로 통행할 필요 없이 대중교통·자전거·보행으로 도
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도시개발을 추진할 때가 됐다.
정책결정자, 도시계획, 교통, 환경, 건축 전문가들은 국민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