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날과 수지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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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날과 수지적자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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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27일은 세계관광기구가 정한 관광의 날이다. 한편에선 훈장이다 표창이다 해 한참 들뜨는 잔칫날이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못하다. 금년도 국제관광 수지적자가 66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리 돈으로 6∼7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1998년 절박한 외환위기 상황에서 42억달러의 흑자에 온 국민이 반겨했던 일이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물론 그때는 IMF 충격으로 관광성 아웃바운드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국제관광수지 적자에 대해선 여러가지 평가가 있다. 첫째는 선진국 그룹이라 할 OECD에 든 지도 10년이 넘는 판에 뭐가 큰일이냐는 시각이다. 둘째는 인바운드의 정책목표는 경제적 측면이 우세하고 아웃바운드의 정책목표는 국민의 국제화 교육과 삶의 질 향상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관광수지로 묶어봐서는 안된다는 견해이다. 셋째는 이것이 행정적으론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업계의 어려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아웃바운드를 겸업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업계의 상황인데다가 실제 인바운드의 성장세가 둔화되서 그렇지 관광객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 거다.
이렇게 국제관광수지 적자를 보는 눈이 다양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통상 국민 소득의 증가, 원화 강세, 교육경쟁력의 저하, 골프장 등 관광 인프라의 취약성과 낙후도, 불법체류자 방지와 테러에 대응한 비자정책의 경직성, 성매매특별법 등이 공통적으로 꼽는 요인이다. 일리가 있고 수긍되지만 이것만으로 작금의 적자를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가장 큰 적자요인은 인식과 태도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관광정책의 중심관점이 어느 사이엔가 바뀐 일이다. 예전에는 국제관광수지 균형화나 관광객의 만족도 충족이 중요한 정책 관점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수년간 우리 관광정책의 중심은 태반이 지역에 맞춰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집계만으로도 국책관광사업투자비 규모가 60∼70조원에 달한다는 것 아닌가. 물론 지역관광진흥을 통한 분권화가 시대적 화두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것이 전부라는 식으로 하면서 동시에 국제관광수지 적자를 논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관광을 가볍게 보는 생각들도 마땅치 않다. 국제관광 경쟁력이나 국토의 효율적 개발 측면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앞서는 일이 너무 많다. 정책환경도 너무 어렵다. 민주화라는 의미가 효율성을 희생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도를 넘어선 듯싶다. 각종 시민단체와 이해집단들은 정책과정에서 그들을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책 전선에서 지도부의 지침이 오면 기존의 협의 과정과 노력을 깡그리 뒤집는 일이 다반사다. 이래가지고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투입요소의 양적 변화 없이 다시 말해 예산과 조직의 추가투입없이 정책 산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다. 따져보면 최근 국제관광수지적자의 원인은 공교육과 대학경쟁력 확보의 실패 등 관광으로 보아선 외생변수에 기인한 바 크다.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제관광수지적자의 책임을 관광부문에서 지지 않겠다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다만 참으로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어쨌든 주변국은 6∼7%대의 성장을 보이고 우리는 1∼2%대의 성장에 머무르면서도 이를 발전시킬 계기를 찾아내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는 거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번 정부 들어 없어졌던 대통령주재 관광진흥 확대회의가 다른 이름으로 연내 개최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부디 이 자리에서 관광에 대한 올바른 정책 인식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년 관광의 날엔 좀 다른 칼럼을 써보고 싶으니까…….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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