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통정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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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통정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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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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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제는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범지구적인 문제다. 세계 최초로 철도를 개통했다는 영국도 교통혼잡, 교통공해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은 1950년대에 자동차대중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도로건설에 박차를 가했. 이른바 ‘예측과 시설설치(predict and provide)’라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 모형이 지배적인 정책담론이 되었다. 이것은 교통수요가 있으면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교통공급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패러다임이다. 이 때문에 지난 40년간 영국의 교통정책은 지역간은 고속도로와 국도 건설, 도시내는 간선도로 건설이 근간을 이뤘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보수당정부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교통수단과 시설에 대한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당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객 및 화물의 원활한 소통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도로건설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압도했다.
그 결과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반면, 자동차에 의한 통행의존도가 심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는 계속 열악해지고, 대기오염 및 소음수준이 도시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해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 정책이 환경단체, 자동차 반대운동단체, 주민들로부터 도전받기 시작한다. 이러한 도전에 힘입어 1997년 보수당정부를 교체한 노동당정부는 교통 뉴딜정책(a new deal for transport)을 발표하면서 교통의 수단간·지역간·부문간 통합을 강조한다. 교통 뉴딜정책의 목표는 다양한 통행기회 제공, 승객위주의 버스 및 철도 서비스 제공, 자동차 이용자와의 대타협, 도로건설보다 유지관리 우선, 대중교통에 우선투자, 철도화물 수송 강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교통체계 구축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뉴딜정책이 추구하는 통합 교통정책은 중앙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목표와 전략을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지방교통계획(우리나라의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에 해당함)에 반영돼야 보조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통 뉴딜정책의 주요 내용은 대기 질 개선, 교통안전 향상, 대중교통 개선, 도로교통 감축 등이며, 정책수단으로 지방정부가 도로통행료 징수, 주차료 징수 등을 통하여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도시계획정책지침(PPG)을 개정하여 지방정부가 자동차 의존적인 기존의 도시계획과 교통계획 방식에서 탈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측과 시설설치’ 논리에 입각한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은 자연환경과 생태보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으로 서서히 대체된다. 이 때 새로운 정책담론으로 등장한 것이 ‘신현실주의(new realism)’이다. 이것은 도로중심 교통정책에서 탈피하여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형 교통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신현실주의에 입각한 교통정책은 대중교통 육성, 교통정온화 시설 확대, 보행 및 자전거 등 녹색교통 육성, 지능형 교통체계 확대, 혼잡통행료 징수, 교통과 토지이용계획의 통합, 도로건설 억제 및 중단 등을 중심적인 정책내용으로 삼고 있다. 신현실주의는 영국의 기존 교통정책담론을 바꾸는 논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급행간선버스 도입, 지능형 교통체계 도입 등 신현실주의적 사고를 교통정책에 반영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도로·철도 건설은 기반시설본부에서, 도시교통, 대중교통은 생활교통본부에서 각각 담당하도록 직제를 대폭 개편한 바 있다.
과연 이러한 조직개편이 기존의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 정책에서 벗어나 환경생태 보전, 국민의 건강과 웰빙 증진, 지역간 원활한 여객과 화물 수송을 고려한 새로운 정책담론을 만들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지속가능한 교통정책담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교통부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교통정책 논리 개발, 정책메뉴 개발, 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이를 법적, 기구조직적, 재정적으로 제도화하는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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