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사이클과 관광사업자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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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사이클과 관광사업자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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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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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학자들은 특별한 모델과 용어를 통해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라이프사이클이라는 용어는 일반 공산품에서 기업이나 정부까지 매우 폭넓게 쓰인다.
관광정책도 예외가 아니어서 관광의 도입기부터 성숙기, 포화기, 쇠퇴기 등으로 시대적 구분에 대한 여러 시도가 있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관광이 어느 단계에 있느냐 하는 것에 일치된 견해는 없어 보인다. 다만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년이 다 되어가고 관광의 규모 발전을 놓고 볼 때 최소한 도입기나 성숙기는 아닌 듯 싶다.
물론 크게 보면 아직도 도입기나 성숙기라고 주장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최근 올해에만 62억달러의 국제관광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실제 인바운드의 교착상태를 풀어낼 계기점이 가시적이지 않다라는 점에선 쇠퇴기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어떻게 구분하느냐 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적인 동향에서의 특징은 관광정책 초기 도입기에 대부분 정부 주도형을 택하다가 점차 민간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 이것은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에 따라 민간의 역량이 커지는 점도 있지만 정부의 역량과 수단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이제는 정말 정부만의 패러다임으로 한국관광의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조성자에서 조정자, 촉진자로의 내용적 전환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간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지 못하다. 1만2000여개에 달하는 관광진흥법상의 관광사업체의 규모는 단일 산업의 사업체 수로 볼 때, 전체 국내업종 중 상위권에 속하는 크기를 가진다. 그러나 이를 대표하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 관광사업자단체는 관광사업체들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중앙회 자체의 대표성이나 권위는 각 종 행사의 의전에서만 확인될 뿐 어느 누구도 중앙회가 한국관광사업체의 실질적 구심점이라는 평가를 주기를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지역협회와 업종별 협회의 대립, 각종협회와 중앙회와의 대립까지 들여다보면 암담한 심정에까지 이르게 된다.
최소한의 정치력도 없고, 회원사들에게 주는 실익도 없고, 이렇다할 정책 역량이나 기능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물론 이유가 있다. 정부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업자단체를 키우고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실행력 등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즉 자금을 지원해도 그 사업이 매끄럽지도 못하고, 나중에 감사받을 때 정부회계기준 등에 맞춰 정산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난처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각종 사업자단체의 대표자와 소속직원들의 문제이다. 협회가 철저하게 사업체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원칙보다는 대표자의 정치위상, 직원들의 처우향상(유지?)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듯 보이는 거다.
이렇다 보니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분담금을 내질 않고 협회 직원들은 월급을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느라 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적하기 난감하지만 다른 이유는 한국관광공사에도 있다고 보여진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역할을 원활하게 옮겨가지 못함으로써 당연히 사업자 단체가 해야 할 일을 공사가 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종사원들의 각종 자격시험이나 실무 교육인데 이는 협회 본연의 기능 일 뿐 아니라 협회가 다시 새롭게 일어날 토대이기도 한다. 그러나 공사는 교육 기능 확대 시도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의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심하게 얘기하면 이 사안에서 공사는 한국관광발전보다는 스스로에게 봉사하려는 것이다.
어쨌든 위기의 한국관광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의 중심엔 관광의 주체들이 서야한다. 그 주체로서 사업자단체의 역할과 기능이 재정립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의 섣부른 개입은 스스로도 꺼려하는 점이 있지만 자칫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결국 일만이천 사업자와 관광언론이 이에 대해 압박해 들어갈 가장 적합한 주체들이다. 이들의 자각이 기다려지는 답답한 가을이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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