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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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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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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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제가 계속 악화돼 가는 지금 시점에서 볼 때, 20년이나 30년 후의 국가교통이나 도시교통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앞으로 인구변동, 기술 발달, 가치관 변화, 환경오염 및 훼손, 세계화 추세가 교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기존 교통정책의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하고, 정책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과 추진과제를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교통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인구변동을 보자.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은 1980년대만 해도 연평균 1.24%였으나, 2000년대(2001∼2004)에 들어오면서 0.57%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저출산, 소가족 풍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인구구성은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9년에는 고령사회(전체인구중 노인인구 14.4%)가 될 전망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5년에 50.1%로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중 경제활동에 참가한 여성은 2명중 1명꼴이 되는 셈이다. 인구의 공간분포는 전체인구의 85%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요약하면 향후 인구증가는 미미하거나 정체 또는 감소되며,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며,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며 주로 대도시와 주변도시에 집중하여 인구가 거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구의 규모·구성·공간분포면에서 소가족화, 노인인구, 여성인구, 도시권 주민들의 생활에 적합한 교통정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교통수요와 공급패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텔레메틱스, 지능형교통체계(ITS), 지리정보체계(GIS), 위치추적체계(GPS), 스마트카드 등의 기술이 교통부문에 활용되고 있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사람, 물체,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실용화되면 기존 교통체계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즉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통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신속, 편리, 용이하게 접속,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교통시설과 수단에 대한 신규투자는 유비쿼터스 기술의 특성에 맞도록 계획, 설계, 시공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체제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의 가치관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의식수준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결정 과정에 참여욕구가 증대되고,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사회활동이나 문화활동의 참여율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주 5일 근무에 따른 개인단위 또는 가족단위의 여가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주중과 주말 교통패턴이 달라지고 해외여행이 일반화될 것이다. 특히 도시주민들은 삶의 질(quality of life)과 장소의 질(quality of place) 향상을 강조하면서 양질의 교통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교통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수요, 요구, 욕구, 선호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교통관련 법과 제도, 행정조직, 투자체계, 교통시설 건설산업, 운수산업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교통시설 설치에 따른 중앙정부 상호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 상호간, 정부와 주민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신설이 필요하다.
넷째, 자동차운행에 따른 혼잡발생과 대기오염, 도로건설에 따른 토지수용 등 환경오염과 훼손의 수준은 자동차중심의 도로교통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교통정책은 어떻게 하면 교통혼잡을 줄일 것인가에 역점을 두었다. 물론 교통혼잡이 가지는 심각성이 심대한 것은 사실이다. 2002년 전체 교통혼잡비는 22조원이었고 매년 5%씩 증가했다. 이 때문에 교통정책은 교통혼잡 완화에 초점을 두고, 도로신설과 확장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왔다. 도로상의 자동차운행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인체에 해로운 오염원을 배출하여 국민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는 도로부문에서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도로건설을 위해 매년 전답이나 산지 등 자연환경이 대규모로 훼손되고 있다. 도로는 건설하면 할수록 유발교통량 때문에 교통혼잡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톰슨의 역설(Thomson's paradox)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속가능한 교통을 위해서는 자동차중심에서 대중교통과 녹색중심으로 새로운 비전과 미션 및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교통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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