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과 현대자동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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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과 현대자동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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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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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 지금까지 100여 년간 세계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끊임없는 기술진보와 심화되는 경쟁의 연속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과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의 상실로 가차없이 도태되어간 역사였다. 초기 가내수공업 형태로 시작한 자동차 제작사들은 20세기초 한 때 유럽에 무려 1000여개사, 미국에 100개 이상이 난립했으나, 1908년 포드사의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 도입으로 저렴한 자동차의 양산이 시작되자 경쟁력을 잃은 수많은 수공업 제작사들이 사라져갔다.
대량생산방식은 이후 자동차의 대중화에 따른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고 부품재고의 부담, 높은 품질결함율 등으로 경쟁력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도요타의 생산방식으로서 소량다품종·무재고·무결함·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린(Lean) 생산 체제가 각광을 받게 되었고, 나아가 근래에는 1차 부품업체들이 부위별로 조립한 부품모듈을 완성차 메이커들이 받아 전체를 조립하는 모듈생산 방식이 가장 경쟁력 있는 방식(Best Practice)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방식 뿐 아니라 자동차의 디자인도 초기 포장마차 형태에서 상자형 대중차로 전환되고 점차 유선화 되면서 차체의 높이도 낮아져 현재와 같은 안락한 승용차로 변모되었고, 당초 전체가 기계식 부품으로 구성되었던 자동차는 친환경적이며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가속됨에 따라 전자화 비중이 현재 30% 수준에 이르렀으며 향후 50% 가까이 상승할 전망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경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회사들은 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채 낙오되어 도태되거나 타 경쟁회사에 인수합병 되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지구상에 남아 독자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회사의 수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그룹이 들어있다.
현대자동차는 빈약한 기술과 자본력을 가지고 뒤늦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적절한 정책,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족의 발전을 이루면서 오늘날 후발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선진 자동차업계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성공한 회사가 되었다.
특히 IMF의 위기를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극복한 동사는 기아자동차 인수 후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획기적인 품질개선 등으로 수출과 해외 공장 진출을 적극 확대하며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어 세계자동차업계로부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가 현재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졌다.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불법과 비자금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외 사업의 차질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노조대로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을 비난하면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 환율하락과 유가급등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 비록 세계 일류 메이커들과의 경쟁 반열에 올라서 있으나 생산성, 첨단기술, 품질내구성, 브랜드인지도 등에 있어서는 아직 일본, 독일, 미국 등의 대 메이커들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의 경쟁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인도 등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으며 기술 경쟁도 첨단전자기술및 IT기술을 이용한 지능형자동차의 개발과 종래의 화석연료에 의한 자동차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미래형 친환경자동차(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개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의 조기 상용화 여부가 향후 자동차 메이커들의 판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자동차산업의 급속한 시장변화와 기술혁신 속에서 잠시라도 연구개발이나 경영활동의 가속페달에 힘을 빼거나 발을 떼어놓았을 때는 현재 몇 남지않은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사활을 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자칫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작금의 사태는 투명하고 모범적인 경영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겠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대자동차의 후퇴는 세계의 선진무대로 어렵게 올라선 한국자동차산업의 후퇴를 의미하며 이는 바로 한국경제에의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어 현대자동차가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진 경영체제를 확립,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객원논설위원-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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