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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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이대로 좋은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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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빈국 불구 달랑 한 개 모델 판매
다차종 생산 체계 마련, 지원폭 늘려야

한 때 자동차는 소유가 곧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마이카가 일반화되면서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의 개념이 아닌 필수의 개념으로 바뀌었고 특정제품이 한 개인에게 부여하는 의미의 정도를 말하는 제품 관여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자동차는 이제 값싸고 경제적이며 이용불편을 최소화하는 정도면 만족한 것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선진국형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경.소형차 수십 종이 불티나게 팔리는 유럽이나 연간 경차 판매대수가 190만대에 이르는 일본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단 한 개의 경차(승용차)로 고작 4만6649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석유자원 하나 없는 에너지 빈국에 기름값이 너무 오른다며 아우성을 치면서도 중.대형차에 판매가 쏠리는 기이한 현상이 ‘절약을 모르는 국민의식’ 탓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소형차 수요가 없다?
1991년 당시 대우차가 정부의 국민차 개념의 경차 개발계획에 맞춰 개발한 ‘티코’는 마이카에 대한 욕구 수요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 승용차 전체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했던 경차는 1992년 8%로 급상승했으며 IMF 시기인 1999년 12만9285대로 14.2%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2년 이후 경차 판매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지난 2005년에는 4.7%대로 떨어졌다.

1997년 현대자동차의 아토스, 1999년 기아자동차 비스토 등의 경차가 가세했지만 판매량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단산되면서 현재 GM대우 마티즈가 유일한 승용형 경차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05년 경차 판매 대수는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192만대로 2년 연속 최다판매량을 기록했고 3대 중 1대를 경차가 차지하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

배기량 800cc 이하를 경차로 정의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660cc 이하로 하고 있어 성능에 대한 인지도는 더 열악하지만 인기만큼은 비교가 되지 않는 것.

일본의 경차 인기는 가격과 연비 등 경제성에 대한 우위와 실용성과 합리성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 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고 제품의 질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경쟁차종이 없는 상황에서는 엄연한 품질의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한 개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다양하고 질 높은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수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수요의 문제가 아닌 공급의 형태와 방식에서 문제가 있어 왔다는 것이다.

▲경차, 왜 인기가 없나.
경.소형차 천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일본은 경차제도를 도입한 동기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유럽은 좁은 도로를 운행하는데 적합하면서도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반면 일본은 내수기반을 확대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우리나라의 경차 도입 동기는 저소득층 마이카 욕구 충족과 에너지 소비절약을 위한 것으로 유럽형에 가깝다.

그러나 취득단계에서의 세금 감면 및 면제 혜택과 보유단계에서의 자동차세 감면, 운행 단계에서의 주차료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여러 가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경차는 일시적 인기에 그쳤고 보급률도 5%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차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배기량과 연비, 사이즈 등부담이 적은 가벼운 경차(輕車)가 아닌 경박한 경차(輕車)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차의 성능과 인테리어, 사양 등이 경박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가격을 우선한 차량 공급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다.

일본에서 경차의 인기가 높은 주된 이유는 기술적 향상에 따른 주행성능이 소형차 수준에 근접해 있고 안전성과 각종 편의사양도 차급을 뛰어넘는 완벽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 주행성과 안전성 등 모든 성능과 품질면에서 만족도를 높였고 이 같은 퀄리티가 오히려 소형차 수요를 잠식하는 결과까지 가져 온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협소한 실내공간, 미흡한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 좀처럼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차에 대한 각종 혜택이 미흡한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최근의 소비자 인식은 지원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탈 만한 경차가 없다는 불만들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경차의 종류와 지원 폭을 확대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차, 차종 및 차급 늘려야
경차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무려 100여종이 넘는 다양한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다.

배기량 660cc이하, 크기는 340×148×200(차량의 전×폭×고.㎝)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의 경차는 지난해 판매대수 상위 10개 모델 중 6개를 차지하면서 2005년 195만여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국내 내수 규모 113만대보다도 더 많은 경차가 팔린 것.

일본에서 경차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것은 각종 세금 감면혜택과 주차난이 심각한 것을 고려한 차고지증명제 제외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한 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차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다는데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 경차 모델 중에는 일반적 스타일의 세단에서 스포츠, 왜건, SUV, 픽업 등 거의 모든 차종이 판매되고 있고 인터쿨러, 터보 등 각종 첨단 사양과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편의장치 등이 웬만한 소형차를 능가하고 있다.

지난 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스즈키의 경차 웨건R이 차지한 것도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소비자 구미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해 시장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시급하다”며 “세계적 메이커뿐만 아니라 경차 전문 메이커가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생산 메이커가 부족한 우리 입장에서는 차급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특히 “합리적 판단으로 경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를 멸시하는 국민 정서의 의식 전환과 구입단계뿐만 아니라 운행단계에서의 지원도 경차보급을 늘리는 방안의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 모터쇼를 참관한 업계 관계자는 “컨셉트카, 고급차 등이 위주를 이루는 다른 모터쇼와 달리 초 미니카가 대거 전시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차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차종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경차 이외에도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다른 기준을 개발해 수요를 늘리도록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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