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여름에 떠올리는 수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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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여름에 떠올리는 수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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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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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같다. 어느덧 9월의 달력이 눈앞에 와 있다.
지난 여름의 긴 장마와 폭우 피해로 국민적 고통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통계에 따르면 여름 휴가여행에 나선 교통수단 이용자 숫자는 오히려 지난 해보다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은 고통이고, 피서는 피서라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의 책상 위에는 또다른 일상이 아무 일 없는 듯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파묻혀 '피서 따위'는 또 금새 잊어버린다. 그것이 살아가는 일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계절을 보내며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를 분명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것은 아직도 장마와 수해의 피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외된 이들의 고통이며, 찢겨나간 국토의 부분부분에 관한 안타까움이다.
7, 8월 한더위를 피해 강원, 경북 내륙지방으로 여행을 간 이들은 분명히 자연재해의 실상을 보았을 것이다. 허리가 잘려나간 산자락 아래로 무너져 내린 도로며 축대가 그대로 방치된 채 가까스로 통행이 이뤄지고 있는 극적인 장면을.
현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2∼3년 전 처음 무너져 내린 축대를 채 고치기도 전에 다시 수해가 왔고, 또다시 올해도 수해가 덮쳤다고. 그래서 이제는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겨 그대로 방치하고 있노라고.
냉정히 생각하면, 수해 피해 복구와 예방활동을 위한 행정력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복구예산과 인력 지원 등에는 한계가 있어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러다 해가 바뀌어 다시 여름을 맞게 되면 피해가 되풀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 가지고서야 어찌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 할 수 있을까.
천재지변은 불가항력이라 해도 예방을 위한 노력과 피해를 조기에 수습하려는 노력은 공동체의 몫이며 작게는 이웃, 크게는 지역사회 및 국가의 책무다. 이를 잊고 여름을 그대로 보내기에는 계절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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