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통상 분쟁에 대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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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통상 분쟁에 대한 대비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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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의 수뇌들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 그들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호소와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국시장을 더 개방하도록 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의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높고 자동차 배기량에 따른 세제로 인해 대형차 위주인 미국차가 상대적으로 타격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지속적 판매 감소와 적자의 확대로 경영위기에 몰려있는 이들이 그들의 안방 시장에서 계속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일본차와 한국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통상압력을 가하려는 움직임은 충분히 예상되던 일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특히 그들의 경영이 어려울 때면 일본과 한국 자동차시장의 폐쇄성과 장벽을 비난하며 시장 개방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내 수입을 견제하려는 행동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완전히 개방됐고, 외국차의 시장접근을 위한 환경도 크게 개선돼 있다. 수입관세는 선진국 수준인 8%로 인하됐으며, 자동차세제상 수입차에 불리하다고 지적되어온 배기량 크기에 따른 중과세 제도는 대폭 완화됐다. 금융·광고·유통 등에서의 차별적인 조치나 규제는 완전히 철폐됐고, 형식승인과 환경·안전관련 기준도 미국과 유럽의 요구를 상당폭 수용했다.
많은 논란이 되어온 소비자인식문제도 그간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현격히 개선되어 요즈음 수입차에 대해 차별의식을 갖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국내 수입차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국산차의 판매는 극히 부진하나 수입차는 매년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시현하면서 시장점율이 5년 전 1% 미만에서 금년 4%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배기량 2000cc 이상의 중대형 승용차시장에서는 수입차의 점유율이 15%에 이르고 있다. 다만 미국차가 독일이나 일본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하고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상에서 볼 때 미국 업계가 주장하는 한국의 시장폐쇄성이나 높은 관세와 배기량 기준 세제 때문에 미국차의 한국 내 판매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어디까지나 미국차들의 경쟁력, 서비스, 마케팅 활동 등의 열세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미국의 일반 국민이나 정치인, 관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자국 업계의 목소리만 크게 들릴 것이다. 향후 상당기간 빅3의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은 앞으로도 양국간 자동차교역의 심한 불균형을 문제삼아 압력을 가해올 수 있다. 혹자는 현대자동차의 미국공장건설,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등으로 통상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도하나 과거 일본과 미국 간의 자동차 통상분쟁 사례를 보면 결코 안심할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통상 분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상시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다. 평소 정보수집, 국제협력 및 홍보활동을 꾸준히 지속하고 상대방 통상관계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분쟁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후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 온 우리 업계나 정부의 대비 태세는 그렇지 못하다. 평소에는 관심부족과 비용 및 인력문제 등으로 분쟁 예방을 위한 활동이 미미하고 국제 협력이나 통상 관련 회의 등에도 소극적이다가 문제가 발생되면 그때부터 법석을 떠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통상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유사한 입장에 있는 일본의 대비태세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평상시에도 정보수집과 홍보활동이 활발할 뿐 아니라 정부간 또는 민관합동국제회의 등에서 일본 측은 항상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 참여한다.
또한 일본자동차공업회(JAMA)는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5곳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각종 기준조화, 통상문제, 국제협력회의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자동차공업협회(KAMA)는 해외사무소가 1곳도 없으며 통상을 담당한 인력과 예산도 태부족이다. 내수보다 수출이 2배가 많고 그 수출의 60% 이상이 통상이슈가 예민한 미국과 EU에 집중되어있는 한국의 자동차업계로서 통상분야 대응은 매우 부실하다고 하겠다.
수출을 주도하며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동차산업이 통상문제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첨언하자면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의 체결은 양국간 통상분규의 방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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