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정책을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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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정책을 다시 생각하다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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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몇몇 경제학자들과 관광학자들의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사회가 과연 언제쯤 내국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를 허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날 토론의 결과는 개략 국민소득이 1인당 2만달러 시대가 되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에서 나온 2만달러는 경제적 단위로 말했지만 뉘앙스로는 2만달러에 맞는 국민의식을 의미한 것이다.
그후로 많은 시간이 흘러, 그때는 막연한 미래로만 생각됐던 2만달러 시대가 바로 눈앞에 와있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론 국가의 품격을 생각할 때 아무리 관광진흥을 위해서라도 도박으로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을 전후로 세계는 특히 아시아에서의 카지노 경쟁은 가장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른바 최근의 마카오 신드롬이 촉발시킨 세계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권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전형적인 규제국가라 불리던 싱가포르와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조만간 정부가 카지노를 허가해줄 것이라는 정보가 계속적으로 들리고 있고, 기존의 말레이시아와 홍콩 등의 카지노도 확충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쯤되면 가히 아시아에서 본격적인 카지노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우리나라는 1967년 최초로 인천 올림푸스호텔 카지노가 개장하고 1994년 경찰청에서 사행사업으로 관리됐던 것이 관광진흥정책으로 편입되어 관광으로 카지노를 이해하기 시작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만큼의 시간만큼 지금 우리나라 카지노가 국제적 수준에서 경쟁력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용적 발전을 부인 할 수는 없다. 1995년 관련법률 정비를 통해 2000년 강원랜드에서 내국인 출입허용 카지노가 최초로 생겨났고, VIP 중심으로만 운영되던 기존 카지노 시장을 일반외래관광객까지 확대하기 위해 2005년에는 한국관광공사에 3개 카지노를 허가하여 최근까지 상당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도박 중독자 확대, 돈세탁 사건 등 끊임없는 사회 문제도 제기됐고 외국인 카지노와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가 여부와 일부 카지노의 영업 부진 등 지역분쟁적 사안들도 꽤 오랜 논란을 거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관광 정책은 그동안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 번은 1990년대 중반 국제회의 산업을 관광에 포함하면서 관광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고, 두 번째는 2000년 이후 문화산업을 바탕으로 한류 관광을 이끌어 냈다. 지금와서 보면 2000년대 이후 점차 성장률이 둔화되는 인바운드시장에서 한류라도 없었으면 어쨌을 뻔 했나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퇴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터에 우리 국제관광을 한 단계 진흥시킬 신형 터보 엔진을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차에 카지노를 통한 주변국의 성공은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배아프기도 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카지노에 대한 오랜 경영역사도 갖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는 지리적 이점 등 여러 면에서 꽤 괜찮은 조건에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까지의 카지노 정책은 사회복지 등 공공 부문 재정 충당을 위해 불가피하게 허가해 놓고 사회적부작용을 우려한 규제정책으로 일관해 왔다고 보여진다. 즉 필요악이라는 정책적 정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볼 때 진흥과 규제는 별개의 문제다. 규제요인이 있다면 그것만 별도로 해결해야지 진흥정책 자체를 포기하거나 축소시키는 일은 아무리 봐도 현명치 못하다. 확실히 이제부터라도 카지노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 특정지역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카지노 단지가 들어서서 우리나라의 세 번째 인바운드 성장의 돌파구가 열리는 것을 보고 싶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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