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되는 현대차그룹의 국제경쟁력
상태바
약화되는 현대차그룹의 국제경쟁력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도 한국 자동차시장에서의 메이커별 판매실적을 보니 먼저 수입차의 신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국내경제의 계속된 침체로 자동차 내수규모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국산차의 판매량은 1.9% 증가에 그쳤으나 수입차는 무려 35%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에 따라 수입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은 재작년 3.2%에서 작년에는 4.2%로 늘어났다. 수입차 중에서도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의 일본계와 BMW, 벤츠, VW, 아우디 등 독일업체의 신장이 돋보인다.
수입차에 시장을 잠식당한 국내 생산차들 중에서는 그래도 GM대우, 르노삼성 등의 외국계 회사들이 선전했다. GM대우는 판매가 19.3% 늘어나 시장점유율을 1.6%포인트나 높였고 르노삼성은 3.2% 증가해 점유율이 0.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한국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내수판매가 각각 1.8%와 1.5%의 증가에 그쳐 시장점유율은 각각 0.1%포인트 하락했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판매추세도 그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현대와 기아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4.6%로 그 전 해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하였다. 그러나 경영악화로 수렁에 빠져있는 미국 빅3의 경쟁력 약화를 틈타 빠르게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일본계(2.6%포인트 증가)와 유럽계(0.5%포인트 증가)에 비하면 신장율이 많이 떨어진다.
2000년대 들어 신차투입과 품질향상으로 매년 판매가 크게 늘어났으나 최근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유럽에서의 판매동향은 더욱 비관적이다. 작년도 현대차의 서유럽 승용차 판매량은 그 전 해에 비해 6.2% 감소했고, 기아는 8.5%나 줄었다. 전체 시장수요는 0.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차와 일부 유럽차에 눌려 한국차는 오히려 상당 폭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3.7%에서 3.4%로 떨어졌다.
이처럼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증가율이 둔화되고 시장점유율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대 메이커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는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기아자동차 인수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 공동 연구개발 및 구매, 플랫폼통합 등의 시너지 효과로 원가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동시에 품질경영을 강화함으로서 단기간에 품질경쟁력도 선진메이커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요 경쟁력 요소인 노동생산성은 일본업체의 70% 수준에 불과하며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술수준도 첨단 환경과 안전관련 기술은 상당히 뒤쳐져 있다. 신차의 초기품질은 대폭 개선되었지만 내구품질은 여전히 취약하며, 브랜드 가치도 타 글로벌 메이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년 되풀이된 노조의 파업과 막대한 생산·공급차질, 높은 임금인상 및 비용부담으로 인한 원가상승, 여기에 가파르게 진행된 원화강세의 영향 등으로 이제는 더 이상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달러 및 엔화에 대한 원화의 고평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낮은 생산성을 높이고 최대한 비용을 줄여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의 향상과 수익성의 제고를 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노조가 회사의 현실을 무시한 채 극히 이기적이고도 부당한 요구와 파업을 일삼고, 경영진은 당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해결에 급급하며, 코스트 상승과 수익감소 부담을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종래의 경영관행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계가 1985년 미일 플라자합의 이후 급격히 진행된 엔고 현상을 극복한 것은 철저한 생산성 향상과 자체의 비용 삭감 노력 덕분이었다.
경영진과 노조가 한마음이 되어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노동생산성과 설비 효율성을 높이고 임금동결과 제반 비용을 절감해 원가를 인하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일본의 예를 교훈삼아 노사가 심기일전하여 경쟁력 회복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