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론=sexy or something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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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론=sexy or something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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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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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3차 관광개발계획이 금년 상반기부터 새롭게 수립된다고 한다. 관광부분에 있어 본 계획은 유일한 국가단위 계획으로 10년간의 장기 계획이며 또한 법정계획의 성격을 갖고 있다.
따지고 보면 3차라고 하는 것도 법정계획으로 수립된 것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60년대 계획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전국단위의 관광계획은 70년대 중반의 보잉보고서로부터 시초를 삼고 있다. 이후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중반, 전국계획이 후속화 되었으나 이때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계획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3차계획은 개략 6차계획에  해당된다. 이것은 계획으로서 완성도에 대한 계획의 책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왜 20여년전에 관광개발 기본계획이 법정계획이 되었을까. 구체적인 연유를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단순한 행정계획으로서의 한계, 다시 말해 다른 부처의 법정계획에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거나, 관련예산 요구의 권위부족 등 외부요인과 이제는 좋은 계획을 통해 관광정책을 정말 잘 추진해 보자는 관련 공무원들의 충정심 등 내부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쨌든 이번 3차 관광개발 계획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고 복잡하다. 희망을 걸어야할 미래계획 작업에 왜 이러한 당혹감과 불편함이 생기는 걸까. 그것은 2001년부터 내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삼았던 2차 관광개발계획 때문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이 계획은 ‘버림받은 계획’이다.
 과거 10여년간 우리나라의 관광개발 사업은 거의 이 계획에 근거하지 않았다. 남해안 등 광역권 관광개발 사업은 물론 J-project, S-project와 지난정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했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태권도공원, 새만금 등 굵직굵직한 대형관광 사업 중 어떤 내용도 2차 관광개발계획에 거론되지 않았던 사업들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계획은 해서 무엇 하나 라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계획을 안할 수도 없다.
계획은 모름지기 한 개인은 물론 당해 사회가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는 최고 수준의 과학적 행위이다. 결국 한 사회의 발전이나 유지 및 소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형식이며 내용일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차관광 개발계획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두가지 방향에서 찾아진다. 먼저 계획자체의 결함을 들 수 있다. 동 계획에는 전략성이 취약했다. 우리나라의 관광개발계획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이나 개발양태를 면밀히 파악해서 도출된 강점과 약점을 전제로 주변경쟁국에 협력하거나 대응하는, 그래서 최종적으로 국가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사고가 불명확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계획의 기준인 미래예측이 부정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약점이 보인다. 비단 동 계획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관광과 관련한 환경현상들이 어느 시점에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과 영향을 줄 것인가가 분명하지가 않다. 언제쯤 일어날 수 있을 일 정도의 느슨하고 관성적인 예측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확인한 국내 대부분의 계획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이정도의 계획에서 제시해야 할 관광개발의 철학과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다. 개발하려는 공간과 시설이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또는 사회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주는 것인지, 그래서 어떤 가치를 그들에게 소비하게 할 것인지, 그래서 그들의 마음속 갈망과 기대를 어떤 형상에 기반해 충족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계획의 무책임성은 또 어떠한가.
동 계획이 법정계획이라고 하면 나머지 관광개발계획은 세 종류로 구분된다. 합법적개발, 불법적 개발, 비법정개발이다. 안타깝게도 동 계획은 합법적개발에 이렇다할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며 불법적 개발과 비법적개발을 제재할 어떤 유력한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다.
물론 이를 엄정히 판단할 구체적 계획지표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동 계획의 무책임성은 훗날 이 계획을 평가할 성과지표를 두루뭉술하게 처리하는 대목에서 절정을 보인다.
그렇다고 계획자체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거나 정치변동이 생길 때마다 정책논의는 늘 뭔가 섹시(sexy)한 것 없어?, 혹은 뭐 새로운 것 (something new)없어? 라는 식으로 흐른다. 과거의 고민은 결코 계속되지 않는다. ‘지난 것들과의 단절’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혐오에 다름 아니며 이런 방식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을 알면서도 막을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제3차 관광개발계획을 잘해야 한다. 사실상의 6차계획이란 것이 주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획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던 시절과 도시계획이나 조경, 건축가에 의해 거의 맡겨져 왔던 이제까지의 계획이 온전한 관광적 가치로 수립 되어질 때 어떻게 좋아졌는가를 입증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관광발전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또 그것이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의 단서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 관광계는 이를 이슈화 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계획 중의 하나로 보는듯한 정부,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관광학계, 한국관광의 패배주의와 냉소주의 그리고 허접함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제3차 관광개발계획이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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