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장 박사의 글로벌 로지스=패러독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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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장 박사의 글로벌 로지스=패러독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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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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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경영'이란 서로 상충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한 조직 내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품질은 좋으면서 값은 싸게, 경쟁적이면서 협력하고, 소비촉진과 저축, 자동화로 인력 감축하면서 고용창출에 노력하고, 윤리적이면서 동시에 수익률을 높게, 이익과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는 매출 성장, 작으면서도 크게 등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이분법(二分法)적 선택상황으로 간주됐던 것에 비해 어느 한 쪽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추구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패러독스 경영이다.
필자는 최근 유럽의 선진 물류시스템을 견학할 기회가 있어 독일 함부르크 항만의 HHLA 터미널과 네델란드 로테르담항의 ECT 터미널을 방문했었다.
이 두 항만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자동항만시스템을 구축한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터미널이다. 이들의 물류분야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으며,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고 있었다. 물론 화물처리 절대량은 중국,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밀려 순위가 최 상위권은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자부심 만큼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항만에서의 AGV(Automated Guide Vehicle) 운영시스템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5월에 개장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진터미널이 야드크레인(ARMGC) 무인화를 통해 국내 최초로 수평식 자동화터미널을 개장했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적 선두를 경주하고 있는 독일이나 네델란드는 오래전부터 AGV시스템을 도입 및 운영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운영시스템의 기술적 노하우가 부족한건 사실이지만 이 분야 역시 조금만 투자하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이다.
필자가 보기에 기술적 문제보다는 재정적 문제가 더 큰 이슈로 작용된다. 다만 유럽의 논리는 어차피 가야할 미래를 확신하고 이에 대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첨단화된 무인 AGV 시스템을 운영해야 된다는 의견이 주류인 반면, 우리나라는 야드크레인은 자동화시킨 반면 AGV 도입은 비용대비 효과가 나쁘다고 하여 도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둘 중 하나는 패자 또는 승자가 될 것이다. 과연 누구의 의견이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ECT에서는 300여대 가까운 AGV를 활용하고 있다. 300여대의 AGV시스템이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자의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투자대비 효율성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그들의 답변은 항상 명쾌했다. “당연히 효과가 있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 건설되는 신규 터미널은 대부분 무인 AGV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찌됐는지 최첨단·자동화를 외치면서 정작 투자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인건비 수준이나 시스템의 차이로 자동화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유럽 등 물류선진국이 걸어가는 무인자동화 AGV 시스템에 우리나라는 마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미래의 항만이 가야할 길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럽에서 AGV는 독일 CTA(Container Terminal Altenwerder), 네델란드 ECT, 벨기에 안티워프의 Hessenatie, 영국런던의 Thamesport 등이 적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폴 PSA(Port of Singapore Authority)의 PPT(Pasir Panjang Terminal)가 다수의 AGV를 보유하고 있으며 1000대에서 2000대의 대량 AGV를 적용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제는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추종하며 따라가기 보다는 경제규모에 걸 맞는 발걸음을 취하는 것은 어떠할까?
선진국은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패러독스경영이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는 아마도 자동화는 생산성향상으로 고용창출은 고부가가치인력양성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동일한 장소 동일한 기능만을 바라보지 말고 동일한 장소 부가가치기능이 가능한 고용창출로 패러독스를 해결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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