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소비’가 산업의 완숙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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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소비’가 산업의 완숙도 높인다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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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미국카렌탈쇼’ 통해 본 국내 렌터카산업 전망

‘이용자·제공자 분쟁차단’ 최대 관심사

“‘세금회피 목적 이용’ 인식 개선해야”

성공 중소회사의 경쟁력 ‘고객 서비스’

1만6000대의 차량을 보유한 글로벌 렌탈회사 허츠는 차량 재배차를 위한 청소.세차.정비 과정을 단 15분 내에 완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일반주유소보다 10% 할인하는 지점 내 주유소가 있어 고객의 불편이나 손해를 최소화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렌터카산업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해마다 ‘카렌탈쇼(Car Rental Show)’가 열린다. 산업 동향 및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이 매회 행사에 참관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4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올해 행사를 견학하고 돌아와 ‘2014 미국 카렌탈산업 견학보고서’를 펴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의 렌터카산업을 비교 조명한다.

▲국경을 넘는 고민과 대안은?=이용자와 제공자가 존재하는 모든 사업에서 단연 걱정거리는 ‘분쟁’이다. 렌터카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렌터카를 빌릴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차량의 손상 정도를 상호 숙지하는 일. 그러나 종이와 연필을 들고 차량 주위를 돌며 이뤄지는 이러한 수작업은 자주 사후 마찰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와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일개 렌터카회사 직원이 그 해결책을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차량 대여 시 손상 부위를 사진촬영해 데이터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이를 이용해 실제 손상된 고가의 휠을 저가의 휠로 교체해 차량을 반납한 사실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김진석 과장은 “사진촬영을 하더라도 각도나 명암 등에 따라 흠집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차원 입체촬영 등 보다 업그레이드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렌터카사업에 있어 또 다른 공통 관심사는 ‘어떻게 고객을 끌어들일까’ 하는 문제다. 많은 사업자들이 저가의 요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당장은 이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이익을 떨어뜨리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카렌탈쇼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가령 피크타임이 5시이고 차량 한 대의 대여료가 10만원인데 6시가 되면 7만원으로 떨어진다고 치자. 그러면 고객은 시간계획을 조정해 피크타임을 피해 7만원에 대여하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 따라서 무조건 저가정책을 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고객의 성향을 우선 파악한 뒤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예외적 상황과 대처방법은?=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자동차 절도 TF팀 수사관 그레이그 파머(Kraig Palmer)는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의 절도와 명의도용’과 관련해 이번 카렌탈쇼를 통해 수많은 조사·해결 사례를 소개했다. 불법으로 대여된 렌터카는 미반납은 물론 대포차량으로 불법행위와 강력범죄의 도구로 사용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역시 차량렌탈이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주민등록번호와 유사)가 아닌 운전면허로 관리되고 있어 해당 사례가 우리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다만 차이는 미국은 렌터카 미반납 자체가 범죄로 취급돼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만, 우리는 경찰에 신고를 해도 민사사건으로 분류돼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날마다 첨단 도용기법이 개발되고 있어 도용을 원천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렌터카 직원이 눈과 느낌으로 불량임차인을 선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우리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을 동시에 확인하거나 운전면허 조회(도로교통공단 포털)를 통해 렌터카 대여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이른바 ‘노쇼(No-Show)’는 인터넷 등을 통해 예약한 고객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캔슬링(Cancelling)과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노쇼 비율이 28%, 캔슬링 비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회사에 따라 신용카드 선결제 예약도 가능하고 선결제 없이도 예약이 가능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카렌탈쇼에서는 원활한 마케팅과 고객관리를 위해 이용자가 렌탈회사와 거래해 축적된 자료나 노쇼정보 등을 렌터카회사들끼리 공유하고 SNS 활동이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모아진 개인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과장은 “우리와 미국 모두 개인정보보호법령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안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러나 “노쇼나 캔슬링으로 인한 영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호텔이나 항공사가 패널티를 주거나 환불 대신 바우처를 주는 것처럼 대책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한때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렌터카업계의 프랜차이즈 도입 문제도 이번 카렌탈쇼에서 논의의 대상이 됐다. 여기서 역시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영업할 경우 본사의 요구 기준이 많고 본사를 통한 예약은 커미션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하며 가맹점보다는 제휴사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제약이 크지 않아 효과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실제로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영업방침으로 인해 아침 일찍 영업을 시작할 필요가 없는 지점까지도 정해진 시간에 영업을 개시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와 독립 렌탈영업의 중간 형태인 제휴사 제도는 완성차업체와의 가격인하 협정 등 여러 장점을 혼용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세금부과에 대한 예측과 준비도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영업판매에 대한 세금’만 있었는데 지난해 메릴랜드주에서 처음으로 ‘용역서비스 제공에 대한 세금(Tech Tax)’ 6%가 부과되기 시작해 다른 주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업계가 모니터링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개별소비세율이 56.2%에서 100%로 증가해 3년에 걸쳐 6개월 이상 렌터카를 대여하는 개인에 한해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납부세금의 증가는 렌트카 대여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이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 이와 관련해 김 과장은 “렌터카 이용자들을 세금을 회피하거나 자산을 숨기려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국내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우리나라는 렌터카에 대한 인식이 판이하게 다른 게 현실이다. 예로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미국 미드웨이렌터카에서는 20년 넘게 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이 자가용이 아닌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유는 차량 관련 토탈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것. 일례로 미드웨이는 고객이 원하는 곳이라면 서부 LA에서 동부 뉴욕까지의 이동도 서슴지 않는 딜리버리(배달) 서비스로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출산 시에는 동종 챠량 5대를 제공해 파파라치를 물리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호평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차별화된 서비스하에서 렌터카 이용이 그 자체로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리스나 자가용보다 약간 비용이 높지만 그만큼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정당한 사업으로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이와 같은 서비스는 대형렌털회사와의 경쟁에서 중소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우선 전략이기도 하다”며 “건강한 세일즈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 등 고객이 렌터카회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합리적 소비가 이뤄질 때 산업의 완숙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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