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기준 ‘유로6’ 상향 임박, 소비자 파급 여파는?
상태바
배기가스 기준 ‘유로6’ 상향 임박, 소비자 파급 여파는?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개월 후면 대형트럭 판매 가격 인상 불가피해져”
 
▲ 서울 서부화물터미널 전경

“5개월 후면 대형트럭 판매 가격 인상 불가피해져”

내년 이후 제작생산 대형트럭부터 적용

기존 생산분 구입 가능 “하등 문제없어”

#1. 파주에서 수입 대형 덤프트럭 모는 김모(52)씨는 요즘 차량 때문에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트럭 구입한 게 2012년이라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유독 험한 곳을 다니다보니 차체 이곳저곳에 잔고장이 많아졌다고 한다. 소유한 차량은 이미 25만km 이상을 주행한 상태다.

김씨는 당초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년 중반 쯤 새 차를 구입하면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얼마 전 동료 운전자로 부터 내년에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적용돼 찻값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단다.

김씨는 “지금도 차를 바꿔야 하나 싶다가도, 침체된 건설경기 탓에 일거리가 통 없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려 했는데, 내년에 찻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려 이래저래 고민이 커진다”고 말했다.

#2. 전모(41)씨는 11년 동안 서울과 경기지역 몇 군데 법인업체에서 대형트럭 기사로 일해 왔다. 전씨는 그간 꾸준히 적잖은 목돈을 모아오고 화물운수 관련 노하우를 익히면서 개인차주 꿈을 꿔왔다고 한다. 2~3년 내 트럭을 구입하겠다는 게 전씨 목표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생겼다. 내년부터 디젤엔진에 적용되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 때문이다. 뭐가 뭔지도 이해하기 힘든 제도 자체도 그렇지만, 새로운 기준이 적용됨으로써 찻값이나 유지비가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지 가늠이 안 된다고 한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서게 됐다.

전씨는 “정부 환경정책이 나쁜 일 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 이해는 하지만, 사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제도가 당장 끼칠 손실이나 피해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며 “화물운임은 물가에 비례해 오르지도 않는 상황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운전자 시름만 깊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강화된 ‘유로6’ 기준 적용=2015년 1월 1일부터 대형 상용차에 장착되는 디젤엔진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바뀐다. 그동안 적용돼 오던 ‘유로5(EURO 5)’ 단계가 ‘유로6’로 상향 조정되는 것. 그렇게 되면 디젤엔진 차량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더욱 까다롭고 엄격하게 이뤄지게 된다.

현재 국내 디젤엔진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유로5’ 기준에 따르면, 차량 1대에 적용되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500mg로 제한된다. 이밖에 미립자와 질소산화물은 각각 km당 5mg과 180mg까지 허용되고 있다.

‘유로6’이 적용되면 ‘유로5’ 대비 입자상물질은 50%, 질소산화물은 80% 줄여야 한다. 이럴 경우 일반 디젤 승용차는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이 현행 km당 180mg에서 80mg으로 줄어든다. 대형 상용차의 경우 질소산화물을 유로5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최근 출시된 ‘그랜저 디젤’이나 ‘올 뉴 카니발’은 이미 유로6 기준에 따라 배기가스 배출을 이전보다 줄인 디젤엔진이 달렸다. 대형 상용차보다 앞서 승용차 부문은 올해 9월 1일부터 유로6 기준이 적용된다.

‘유로’ 기준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를 일컫는 명칭. 지난 1990년 대기환경오염 해결방안을 논의하던 구 유럽공동체(현 EU)가 배기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심했던 디젤엔진 차량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1992년 ‘유로1’이 첫 도입된 이후 규제기준이 높아졌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 차를 팔기 위해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모두 ‘유로’ 기준에 맞춰 차량을 제작해야 한다. 이에 더해 환경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 표준 대기환경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유로5는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유로 기준에 따라 규제되는 배기가스는 일산화탄소, 미립자, 질소산화물. 이중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과 폐렴 같은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며, 산성비와 광학 스모그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5 적용 차도 구매 가능=내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대형 상용차는 ‘유로6’ 기준에 맞춘 디젤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유로5 기준에 맞춰 올해 말까지 제작-생산된 차량은 내년 6월까지 구입해 등록할 수 있다.

유로6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예기간을 고려해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 대형 상용차가 유로5 기준 적용 엔진을 달고 있다.

지난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선을 보인 볼보트럭 신형 FH와 FM 시리즈는 유로5 적용 디젤엔진을 달았다. 앞서 2월에 한국에 진출한 나비스타도 출시한 프로스타에 유로5 수준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의욕적으로 출시한 ‘트라고 엑시언트’ 또한 유로5 기준이 적용됐다.

유로6 기준에 맞춘 대형 상용차용 디젤엔진은 각 완성차 업체별로 개발이 완료됐거나 테스트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유로6 기준에 맞춘 신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볼보트럭 측은 내년 1월 1일에 맞춰 유로6 기준을 적용한 차량을 별도 출시할 계획이다.

다임러트럭은 지난 2011년 대형트럭용 디젤엔진을 유로6 기준에 맞게 개발했지만, 국내 출시한 ‘악트로스’ 모델에는 여전히 유로5 기준이 적용돼 있다. 스카니아도 지난 2011년 유로6 엔진 개발에 성공했지만, 국내 출시는 내년 이후로 잡혀 있다.

유로6 기준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각 업체 모두 “제도 시행에 맞추기 위해”라는 답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로6 기준 적용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물론, 개발된 엔진도 계속 성능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출시를 늦춰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업체 모두 “까다로운 트럭 운전자가 만족할 만한 디젤엔진을 만들어야 유로6 기준에 맞춘 트럭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유로6 기준 차량을 내놓을 경우 기존에 생산된 유로5 기준 적용 차량 판로가 막힐 수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고려 대상이다. 각 업체가 올해 경쟁적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유로5 기준 적용 차량을 구입했다고 해도 내년 이후 피해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6 기준으로 바뀐다고 해도 올해까지 시중에 팔린 차량 소유주가 따로 배기가스 저감장치 등을 구입해 달 필요는 없다”며 “내년 이후 기존 차량 소유주가 환경관련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 소지 커 … 소비자 ‘부담’=무엇보다 당장 유로6 기준이 적용된 차를 내놓게 되면 차량 가격이 인상될 소지가 크다. 디젤엔진 개발에만 적게는 수백억 원 이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찻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새로운 엔진이 장착될 경우 가격이 인상될지에 대해 대부분 업체가 구체적인 계획이나 답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업체마다 ‘상품성 개선’ 등을 통해 차량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인상여부나 인상폭을 속단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비율로는 10% 정도, 가격으로는 1000만원 이상 찻값이 오르지 않겠냐”는 게 업계 일각에서 바라보는 공통 시각이다.

찻값이 오르면 개인 차주를 중심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강화된 환경 기준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제법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형트럭 운전자를 중심으로 “차를 교체하거나 구입할 거면 차라리 올해가 적기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트라고 엑시언트’처럼 각 업체가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해 내년에 엔진이 바뀐다고 해도 성능이나 상품성이 특별히 달라질 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차를 사는 것도 비용 부담을 피해가는 한 방법이란 게다.

실제 한 개인 차주는 “주변 트럭 기사 중에 ‘쌀 때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고민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본격 시행시기를 눈앞에 둔 연말이면 유로6 기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더 확산돼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가격 인상을 고려해 대형트럭을 사전에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11월과 12월에 몰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차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각 업체가 대형트럭 개인 차주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신형 엔진 개발 등으로 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새 차량이 필요하다면 올해 안에 미리 구입해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