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업계 “이대로 가다간 다 말라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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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업계 “이대로 가다간 다 말라죽는다”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4.08.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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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CNG 등 원가 상승 중…요금은 ‘제자리’

환승제도, 시내버스 굴곡화 등으로 경쟁력 상실

41여곳 지원없으면 경영 힘들어 사실상 '도산'

 

 

“기사한테 인사 제대로 하자는 교육도 못 시킨다. 혼나고 열 받아서 다른 버스회사로 이직하면 우리 버스는 누가 운전하느냐. 안 그래도 기사 구하기가 힘든 상황인데...”<마포구의 한 마을버스 사장의 말>

최근 서울마을버스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 지고 있다. 역대 최악의 경영 위기라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요금 인상 이후 역대 가장 짧은 주기로 상황이 악화되 서울시도 당혹스러운 기운이 역력하다.

임금, CNG, 버스 가격 등 각종 원가는 천정부지 오르는 반면 요금만 제자리다.

환승을 하면 할수록 마을버스만 굶어 죽는 정책의 모순 때문이다.

간선버스는 마을버스 노선까지 치고 들어와 손님을 다 태워간다. 구청에서는 복지라며 셔틀버스를 마을버스처럼 운영한다.

여기에 학교 방학과 휴가철 등이 겹치는 7~8월은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로 대출로 버텨야 살아남는다.

이는 황금노선을 갖고 있는 매출 상위 업체 15여곳을 제외한 130개 회사들에게 처한 상황이다.

매출 최하위 회사 41곳은 시의 재정 지원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 2012년에는 30곳이었고, 2014년5월까지 41곳으로 적자 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구로구의 A마을버스 회사. 9대의 버스와 26명의 근로자가 있다. A사 대표는 “기사월급 3600만원(식대·4대보험 등 포함 인당 220만원, 실제 기사 월급은 180만원), 차량 할부금 1500만원, 유류비, 보험료, 정비비, 기타 운영비 등까지 한 달에 아무리 못 벌어도 최소 900만원(월 7200만원)의 매출은 나와야 회사가 운영된다”며 “지금은 7~8월, 12~2월 5개월간은 비수기여서 한 달에 약 1500~2000만원 씩 손해를 본다. 지난 달 적자여서 8월달에 긴급 기업대출을 신청했다. 개학인 9월부터 손님을 많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수 회사를 제외한 모든 마을버스회사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사장인 내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등 손해를 끼쳤다면 이렇게 사정이 힘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시의 정책이 잘못돼 우리가 힘들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마을버스업계가 시에 개선을 요구하는 사안은 크게 3가지다.

▲환승할인제도의 모순=환승을 하면 할수록 마을버스의 손해는 커진다. 서울마을버스 성인 교통카드 요금은 750원(현금 850원)으로 1회 환승 시 437원, 2회 276원. 3회 201원, 4회 159원, 5회 환승 시 131원을 마을버스회사가 받는다.

시내버스와 지하철도 똑같이 배급액수가 줄어 공평해 보이지만 모순이 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준공영제여서 적자 보전을 받는다. 마을버스는 사기업으로 적자 보전을 못 받는다. 사실상 사기업이 공영요금제도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손님 쓸어가는 간선·셔틀버스=파란색 버스는 간선, 초록색 버스는 지선으로 불린다. 쉽게 표현하면 간선은 굵직한 큰 노선, 지선은 세분화된 노선이다. 그런데 요즘 파란색 간선 노선을 보면 좁디 좁은 골목까지 치고 들어와 마을버스와 경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예로 600번은 근래에 들어와 오류동, 개봉동, 고척동 노선을 세분화 시켰다. 세분화 시킨 노선은 그 동안 A, B마을버스 회사의 주력 노선이었다.

또, 구청 마다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공짜 버스이다보니 교통약자나 일반 시민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마을버스 노선과 직접적인 경쟁 노선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포의 셔틀버스는 75%가 마을버스와 겹쳤다.

▲대·중형 마을버스도 무조건 소형 취급=시는 경영악화가 심각한 회사에 재정지원을 한다. 시의 ‘2014년 마을버스 재정지원 기준’ 자료를 살펴보면 대당 운송원가는 37만5469원, 이 이상 벌지 못할 경우 지원 한도 11만원 안에서 차등 지원한다. 이 지원을 받고 있는 업체 수는 41곳으로 지난 2013년 동기대비 1년 만에 8개 업체가 증가하고 있고, 계속 증가 중이다.

문제는 마을버스 기종은 크게 대형(시내버스 크기), 중형(26인승), 소형(카운티급)으로 분류되는데, 37만5469원은 소형급 중에서도 소형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이 마을버스업계의 주장이다. 시도 사실 이러한 허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연간 72억 정도를 보전해주다보니 예산이 없어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마을버스회사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식대를 아끼기 위해 직접 밭은 짓는다. 심각할 때는 시와 구청은 알게 모르게 배차 시간을 늘리고, 때론 운행을 중지하기도 한다.

한 적자업체 대표는 “주위에서 그만 두라고 하는데, 30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억울하다. 내가 열심히 운영하지 못해서 회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책이 잘못되서 힘들어서 억울하다. 또 회사 문을 닫으면 금천구 일대 노약자나 교통약자들은 집까지 어떻게 가느냐. 비록 30년 동안 운전대를 잡아서 똑똑하지는 않지만 대중교통 사업자로서 이정도 책임감은 갖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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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4-08-29 17:12:26
서울시가 돈은 없고,,, 대중교통 환승제도는 운영해야 하고,,,, 차라리 부산 요금을 현실화 시키던지...시 공무원들 정신차려야

ㅁㅁ 2014-08-13 09:42:29
그러게요... 솔직히 저같은 이용객 입장에서도 지선, 간선버스가 동네 안까지 들어오니 도대체 04년 버스개편은 왜했나 이런생각도 합니다 마을버스는 마을버스이고 간선, 지선, 광역은 역활이 있음에도 요세는 그걸 잘 구분할수가 없네요 ex:9408vs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