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값 의무 공개...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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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값 의무 공개...실효성은 ‘글쎄’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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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홈페이지 접근성 떨어져...검색기능 난해, 영문명 태반
 

업계 “준비기간 부족에 졸속시행, 제도적 보완 시급해” 지적

지난 2일부터 국내 모든 자동차 제작, 수입사의 부품 가격을 자사 홈페이지에 '의무 공개' 하기로 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부품을 찾아 정보를 얻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져 준비가 부족한 채 시행된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부품 가격 공개로 과잉 수리비 관행을 근절하고, 수입차 업체 간 경쟁에 따른 부품값 인상을 억제하겠다던 정책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도입한 자동차 부품 가격 공개 제도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자기인증요령에 관한 규정’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부품 가격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수입차 부품 가격을 공론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수입사들 중 일부는 가격 검색 절차가 복잡하거나 검색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또 일부 업체는 영어로만 부품명을 기재해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게 어렵게 해놓거나 부품 명칭은 같은데 가격은 각각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기능에 대한 설명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실태는 국내 제작사보다 수입사 홈페이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국의 벤틀리와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는 아직까지도 부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롤스로이스도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부품 검색 기능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메르데스-벤츠는 영문명으로 검색하지 않으면 검색이 불가능하고 포르쉐는 검색기능 자체가 없었다.

BMW코리아와 벤츠코리아 등은 구체적인 부품명을 영어로 입력해야만 검색이 가능하고, 포드코리아는 부품번호와 코드, 부품명 등 업계 관계자나 알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해야 가격을 알 수 있도록 해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도요타, 렉서스, 볼보, 아우디코리아는 한국어로 부품 가격 리스트를 공개해 대조를 이뤘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차종 당 수십개의 정보만 공개한 업체도 있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일부 부품 가격만 소개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 같이 국토부의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은 업체는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가격 공개는 의무지만 미이행에 따른 제재 수위가 높지 않고 공개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 판단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는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업체들 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정책의 안착을 위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 개정 이후 구체적인 지침이 지난 5월 나왔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3개월밖에 없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정책에 대한 준비 기간이 3개월로 짧았고 국토부 고시에 부품값 공개의 세부적 방법이 규정돼 있지 않다보니 제조사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업체별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선 이행명령을 내리는 등 처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지금은 부품가격 공개여부를 확인하는 단계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 통해 갱신일자 표시, 검색 방법 개선 및 부품명 한글화 등을 통해 소비자가 접근이 용이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가격 의무 공개는 국토부가 지난 1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이달 초 고시를 통해 공개 범위를 세부적으로 정하고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써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소단위인 파셜, 어셈블리 등으로 부품값을 공개해야 한다. 홈페이지가 없는 경우에는 차를 판매할 때 인쇄물로 제공해야 한다.

또 환율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부품값 정보를 갱신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업체들은 갱신 시기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 규정에는 가격 갱신일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는 조항이나 통일된 부품 가격 게재 양식이 없어 이를 단속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수입차와 달리 10년 전부터 부품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자동차에서 부품 위치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부품 이름과 가격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편 수입사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 확대에 따른 경쟁으로 차량 가격 경쟁이 벌어지자 부품값을 높게 책정하고 과다 정비비용을 통해 수익을 만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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