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車 대체부품 인증제’...“준비기간 짧아 실질적 효력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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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앞둔 ‘車 대체부품 인증제’...“준비기간 짧아 실질적 효력은 ‘미지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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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순정부품에 대한 인식 변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내년부터 대체부품 성능품질인증제를 시행하고 보험사들이 대체부품에 대해 보험처리를 해주면 값싼 대체부품 사용이 늘어 자동차 수리비와 보험료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부품 인증제는 부품업계를 활성화하고, 국산차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수입차 수리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되는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순정부품 공급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완성차 업계가 대체부품 사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보험업계에서도 아지 기준과 범위에 있어 명확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서도 “인증제 시행을 앞두고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실질적 효력을 내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시행 5개월을 앞두고 ‘대체부품 인증제’의 실태를 짚어봤다.

지난해 외제차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94만원)의 2.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리비 내역 가운데 부품 가격은 외제차가 국산차의 4.7배로, 인건비(2.0배)나 도장료(2.3배)보다 금액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비싼 외제차 수리비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지 오래다. 외제차와 교통사고 발생 시 자신의 책임이 작더라도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오히려 더 크게 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보험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수리비로 5조 2000억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부품 비용은 2조 2000억원에 육박했다.

만약 이 같은 사고 발생 시 비순정부품 등 대체 부품 사용을 활성화한다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순정 부품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준비기간 부족에 인증기관․시험기관 이원화 불가피

대체부품 인증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증기관의 신뢰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체부품은 순정부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고부품이라는 인식에 외면 당해왔다.

정부는 지난 1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대체 부품 성능·품질인증제의 시행 주체를 민간 인증기관과 시험기관으로 이원화한다는 시행규칙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현재 부품 품질 인증기관과 시험기관 후보군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인증기관은 자동차부품협회로, 시험기관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증제도 시행 시기가 늦고 준비가 부족해 부품 시험기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함에 따라 이원화 체제로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증기관은 부품 시험 결과 위조 여부 감별, 인증마크 부착 등 전반적인 행정 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부품의 규격과 인장력 시험 등 간단한 시험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한다는 방침이다.

대체부품 인증제는 외장부품 위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동차 안전과 밀접한 부품에 한해 국가인증제를 적용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시험기관으로 중복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험기관은 중복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워 요건만 갖추면 손해보험사에 속한 민간 자동차 보험 연구소를 시험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보닛 등 차량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수리비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약 50종의 외장제 부품은 국가가 인증한 민간 기구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차량안전과 연관되는 34개 부품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인증해 운영할 방침이다.

 

제조사, 부품교체에서조차 디자인권 설정해 독점적 지위

대체부품 인증제의 조기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제도에 참고가 되고 있는 영국과 스페인의 사례와 달리 제도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와 정비업체, 부품업체의 외면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독점적 지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체들이 차량 조립뿐 아니라 부품 교체 시장에서조차 디자인권을 설정한 채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부품의 활성화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수리를 목적으로 대체부품을 사용할 때는 디자인 특허를 적용하지 않는 법규를 시행, 대체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대체부품 재활용을 통해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소비자 인식도 걸림돌...“대기업 순정부품에 대한 무한신뢰”

소비자들의 인식도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순정부품(OEM)에 대한 무의식적인 고집과 무한신뢰 때문에 불필요한 보험료를 더 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날로 대체부품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해외 실정과 비교해 볼 때 특이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의 이런 경향에 대해 “대기업의 순정부품에 대한 막연한 신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의 비순정부품 사용률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 관계자조차 이런 인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부품의 질이 동등함에도 고가인 대기업의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식 개선이 뒷받침 된다면 제도 활성화에 대한 기대의 시각도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부품은 순정 부품보다 30% 정도 저렴하다”며 “부품 인증제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대체 부품의 품질과 적합성에 대한 신뢰를 주고, 우수한 대체부품이 순정부품의 가격 상승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부품시장은 55~57%가 ‘순정부품’(OEM)으로 유통되고, 43~45%는 독립적인 판매 채널을 통해 ‘비순정 부품’(Non-OEM·대체부품)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 대체부품이 활성화된 이유는 보험사와 소비자, 정비업체, 부품업체 간 상이한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보험계약 단계에서 대체부품을 이용하겠다는 계약자에게는 아예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으며, 사고가 났을 때 순정부품이 아니라 대체부품을 사용하겠다는 보험 가입자에게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고 있다.

영국, 스페인 등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대체부품 품질인증제도를 운용해 부품 간 가격경쟁에 의한 순정부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66개 자동차보험회사가 설립한 태참(THATCHAM)이 대체부품 품질인증기관으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스페인의 마프레-세스비맵은 손해보험사 마프레가 독립 자동차 보험 기술연구소로 운영하는 연구기관으로 대체부품 인증·판매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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