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걷고 싶은 도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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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걷고 싶은 도로’ 만들기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4.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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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걷고 싶은 도시는 대단히 매력적이며 유익한 생활환경으로 다가온다.

먹고 살아가는 일에 급급했던 시절에는 무관심했던 문제가 이제 새삼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과 친화적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과도 일맥상통한 일이라고 한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의 규모화가 급진전되고 여기에 필연적으로 야기된 인구 밀집, 나아가 자동차의 홍수를 경험해온 동안 사람들은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깨닫게 됐고, 마침내 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하며 자연친화적 보행공간을 희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걷고 싶은 생활 환경의 조성은 그 속에게는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아파트가 넓고 화려해도 걷고 싶은 여건이 구비돼 있지 않으면 반쪽짜리 만족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하여 걷고 싶은 도시는 어느덧 도시 선진화의 모델이나 상징 정도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런데 걷고 싶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이미 그렇지 않은 생활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다. 일단 자동차의 통행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일부터, 범죄에 철저히 안전한 공간, 나아가 사람들이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많은 요소들을 고루 구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일을 추구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경관을 꾸미고 보행자의 동선을 설계하는 일부터 주변의 불안요소들도 하나하나 점검해야 한다.

만약 걷고 싶은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가 다 잘돼도 인근에 시도 때도 없이 소음을 일으키는 시설물이 존재한다면 기본계획부터 잘못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걷고 싶은 도시는 그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못지 않게 외부인들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 중 상당수가 올레길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걷고 싶은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편의를 다소나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도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상인들의 불이익 등도 고려돼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일을 추진하는 데는 더많은 시민들의 동참의식, 어떤 것도 강제화하지 않으려는 논의방식의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대도시들에서 그런 노력들이 더 활발히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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