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5 고령화 사회, 교통안전 대책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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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2015 고령화 사회, 교통안전 대책 무엇인가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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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업 종사 고령운전자 고군분투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200만 시대가 열렸다.

5%를 밑돌던 이들의 운전면허 소지자 비중은 7%(2014년 8월 기준)대를 넘어섰고, 활동반경이 커지면서 화물․택시․버스 등의 운수업 종사자 수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런 가운데 택시와 화물차 교통사고부터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버스 안전사고까지 발생요인으로 운전자의 고령화가 지목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교통안전 종합대책이 범국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교통안전 및 친환경 물류정책 일환으로 첨단장비 등이 대거 투입․가동되고 있는데 노화에 따른 기기 적응속도는 물론 습득력도 떨어져 안전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버세대의 생계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존재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시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연령의 벽을 실감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근로의 필요성이 절박한 고연령 운수업 종사자들의 일상을 들여다 본다.

<버스>

① “경륜 있어 안전에 노하우 있다”

 

진성익(남․62)씨 <서울교통네트웍(시내버스)>

버스기사로 일한지 10년 됐다. 정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별다른 무리 없이 운행하고 있다. 업무시간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10시간 정도다.

나이와 업무능력이 반비례할 것이란 오인이 일반화돼 있는데, 오히려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특히 친환경운전장치 등 다양한 첨단기기까지 버스에 도입되면서 조작 미숙으로 사고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도 있으나, 조작법이 단순해 습득뿐만 아니라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급출발․급정지 등 에코운전 이행여부가 기록되고 있어 운행시간은 이전보다 다소 길어졌지만, 교육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은 물론 기기작동 등 제반업무를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런 주장들이 정년이 지난 이들의 경력과 실무능력을 배제하고 시니어의 활동 입지를 좁히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② “운전 업무에 신중…활동 제한 말아야”

 

강효성(남․68)씨 <어린이통학버스>

어린이통학버스 기사로서 20년차다. 등하교 시간에 맞춰 운행되고 있고 기종점이 짧은데다 이외 대기시간에 개인 활동이나 휴식하면 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없다.

어린이 교통안전 등에 따른 부대장비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자동화돼 있고, 이용자 수요 또한 정해져 있어 택시나 화물처럼 영업하는데 필요한 IT기기 수도 최소한이다.

나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린이통학버스 운전기사라고 천대하는 주변 시각이 흠이라면 흠이다.

양보는 커녕 통학차량에 부착된 상호를 빌미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건 다반사다. 만약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상대가 나이든 통학버스 기사라면 더 불리하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가 승객이라는 점을 감안, 어린이통학차량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실버세대의 일자리 기회와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책임감은 물론 업무에 있어 신중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개인적 견해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이 운수업에 종사하는 시니어의 발목을 잡는 용도로 악용된다면 사회 혼란을 좌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수업 종사자 적합성의 기준을 나이로 운운하기 보다는 그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최적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화물>

③ “안전에 최우선…일자리 다양화 기대”

 

지명호(남․60)씨 <01화물앤퀵 용달기사>

운송업을 시작한지 햇수로 3년 됐다. 나이도 나이지만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적응시간이 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배송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로 오더를 수․발주하고 개인영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나름 여유를 찾고 있는 중이다.

체력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도 상당한데 화물운송업 관련 다양한 기기들이 즐비하고 있어 초기에는 애로점이 많았다. 화물정보망 프로그램 등 일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으나, 젊은 친구들이라면 아무래도 더 빨리 체화하지 않을까 싶다.

주문 확인이 실시간 터치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운전하랴 확인하랴 하면서 간혹 앞차를 추돌할 뻔한 적 있긴 하나,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신호대기나 정차시 사용하고 있다.

가급적 미숙함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안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나이 때문에 불편하다기 보다는, 화물업 특성상 주문자가 하대하는 겨냥이 있어 언짢을 때가 있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일하는데 있어 나이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의지만 있다면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제2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 일자리도 다양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④ “정신력․체력 부담…근무시간 줄여야”

 

여진환(남․63)씨 <더존서비스 다마스퀵>

오전10시부터 8시간 정도 배송일 해온 지 근 10년 됐다. 거래처 확보부터 시간내 오더처리하면서 신용도도 쌓아야 하는데 외부환경이 빠르게 변하다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화물운송일이라는 것이 고정돼 있지 않다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상당하다. 대응력을 키워야 하는 게 관건이지만 알다시피 나이가 있다 보니 마음처럼 쉽지 않다.

최근 예로 ‘신주소’를 들 수 있다. 구주소건 신주소건 고객이 접수한 내용에 맞춰 처리해야 한다. 배송일이라는 게 1분 1초가 돈이자 생명인데 일일이 인터넷․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찾아본다는 건 사치다. 머릿속에 외우고 다녀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일이다.

화물업 생리가 이렇다보니 운행 중 오더를 확인하거나 블루투스를 달고 다니는 게 허다하다. 운전에만 집중해도 사고날 수 있는데 제반업무까지 동시에 해야 하는 고달픔이 배어있는 직업이다.

고객들도 젊은 기사를 선호한다. 짐이 많거나 중요한 물건일 경우에 특히 더 그런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나이로 인한 애환을 느낀다.

운전이 힘든게 아니라 신경써야 하고 긴장을 요하기 때문에 정신적․체력적 압박으로 근무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⑤ “생계 위해 안전 스스로 챙긴다”

 

이연성(남․68)씨 <더존서비스 퀵 라이더>

퀵 라이더로 일한지 15년차다. 일하는데 있어 체력적으로 어려운건 사실이다. 요즘은 직권배차에서 일을 받쳐주지 않아 공유망을 이용해야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젊은 기사들에게 밀려 수입이나 인지도 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퀵배송에 필요한 IT기기들도 다양해져 열심히 한다고 하나 한계가 부딪치곤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을 사리게 된다.

퀵하는데 있어 빙판길은 쥐약이다. 주문․배송지 정보검색이나 오더확인 및 고객전화 등 할 일은 태산인데 도로환경도 받쳐주지 않아 사고 노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이맘때 많이 나온다.

급송 건으로 접수된 오더에 맞춰 방문하면 고객들이 불안해한다. 나이가 있는데 가능하겠냐며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곤 하는데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라이더 생리상 연세가 있는 기사라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안전을 챙긴다.

나이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근무시간을 조정해서 결근 없이 일하려고 노력한다. 여러모로 악조건 속에 있지만 근면․성실․책임감으로 해쳐 나가야 하며,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택시>

⑥ “나이 맞게 자기방어 노력 다 한다”

 

이종학(남․65)씨 <개인택시>

40년간 택시기사로서 가정을 일궈왔다. 12시간씩 운전해왔으나 8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다.

운전하는데 있어 나이보다는 운전자의 잘못된 습관에 의한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면 신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론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맞게 업무방법과 생활패턴을 무리하지 않는 조건으로 재조정하면서 자기방어를 하게 된다.

생계를 목적으로 운수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그렇듯,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에 기사 연령과 운전능력․교통사고 유발 가능성과 연관 짓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연로하다고는 하지만 무사고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일과 대부분을 도로위에서 보내고 있고, 만일 사고 난다면 몸뿐만 아니라 결근에 따른 금전적 손실까지도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나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볼꼴 못 볼꼴을 매일 접한다.

놓고 내린 지갑을 되찾아줘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장애인․취객 등 승차거부 당한 이들을 태워줘도 화만 입는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일을 떠나 선행을 베푼다하더라도 오히려 독이 되는 요지경 세상이기에 더욱더 몸 사려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령자 대상으로 신체조건 및 운전능력을 평가해 사회 안전 차원에서 검열한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볼모로 나이순으로 택시를 감차한다거나 그런 의도로 악용할 계획이라면 반대한다.

개인택시 고령 운전자 경우 대게 25년 이상의 무사고 경력자로서, 선진교통 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인력군이지 인적 청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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