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수입차업계가바뀌고있다-인증중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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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수입차업계가바뀌고있다-인증중고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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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부터 중고차까지 원스톱 관리나선다
▲ 재규어랜드로버 서울 양재동 인증 중고차 매장

신차부터 중고차까지 원스톱 관리나선 수입차 업체

가격 및 이미지 관리 위해 인증 중고차 사업 전개

“영세 시장 진출” 우려 … “업계 자정 계기” 기대

서울 사는 주부 최(63)씨는 얼마 전 중고차 문제로 아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최씨 아들 강(37)씨가 수입 중고차를 구입한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 소재 한 중고매매단지에서 BMW 5시리즈를 5000만원 주고 사들였다. 외관은 멀쩡해 보였다. 차량성능기록부에도 “침수차량이지만 하자는 없다”고 평가돼 있었다.

그런데 운행 나서고 며칠 가지 않아 차가 서버렸다. 차는 바퀴에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동도 불가능했다.

차를 판 매매업소를 찾아가 딜러에게 따졌다. 돌아오는 답은 “차량성능기록부에 문제가 없다고 적힌 차를 팔았으니 책임질 이유가 없다”였다. 오롯이 소비자 피해가 될 판이었다. 어디에 하소연 할지도 막막했다고 한다.

최씨는 “아들이 일 때문에 전 재산 털어 구입한 건데 문제 있는 중고차를 구입해 곤란 겪는 모습 보니 마음 아프다”며 “서류까지 다 갖춰진 중고차라도 구입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과연 누가 마음 편히 거래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고차 시장 또한 함께 각광받고 있다. 좋은 신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과 품질만 보장된다면 신차보다 저렴한 중고차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

2013년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는 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를 포함해 330만8121건에 이르렀다. 전년도인 2012년(325만3515대) 대비 1.7% 늘었다. 지난해는 10월까지 284만5496만대가 거래돼 2013년 동기(277만7474대) 대비 2.5% 증가했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지난 2009년(196만건) 대비 68% 이상 성장했다.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커졌다. 허위∙미끼 매물은 물론 하자 차량 매입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피해가 증가하면서 중고차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중고차 구입 의사가 있는 소비자 상당수가 정작 파는 사람을 믿지 못해 망설이는 사례가 늘었다.

“중고차 업계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다양한 대안을 모색케 했다.

‘자동차이력조회’나 ‘카히스토리’ 등 온라인에 차량정보를 공개해 허위매물을 차단하거나,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화 등을 통해 투명성 제고에 나서는 것들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고 수입차도 올해 들어 일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입차 한국법인이 직접 중고차를 관리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서다.

수입차는 중고라도 가격이 비싸 구입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증 중고차는 국내 진출한 수입차 업체가 자체 품질 검사해 인증한 차량을 판매하는 제도다.

인증 중고차 사업에 앞서 뛰어든 수입차 브랜드는 BMW와 벤츠를 비롯해 재규어∙랜드로버∙포르쉐∙페라리 등이 꼽힌다. 아우디∙폭스바겐∙토요타 등도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아직은 서울로 국한된다. 이들 업체 모두 서울 장안평∙가양동∙양재동에 들어선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전용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수입차 업체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BMW코리아는 현재 전국 9곳에 전시장을 마련해 두고 있다.

▲ 벤츠 스타클래스

수입차 업체가 연간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공식 통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BMW코리아 지난해 실적은 전년도인 2013년 대비 45% 늘어난 3600대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업계 전체 실적은 아직 1만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차량 가격과 브랜드를 관리할 수 있어서다.

중고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가격 하락 폭이 크다. 신차 구매 3년 후 잔존가치가 원 가격 대비 평균 40%대 까지 떨어진다. 국산차(20~30%대) 보다 더 떨어지는 셈. 이는 신차 판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수입차 업체가 중고차 사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신차 고객이 중고차 시장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며 “가격을 관리하면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 측면에서 업체에 돌아오는 긍정적 효과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 중고차 가격은 일선 중고차 시세보다 10% 전후 수준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

기존 신차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중고차 사업을 끌어들임으로써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계열 금융사 각종 프로모션과 연계하면 추가 수익까지 낼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비싼 만큼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여러 혜택을 내세워야 한다. 수입차 업체가 꼽는 최대 강점은 철저한 성능 점검과 투명한 판매 과정.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4년 또는 10만㎞ 이내 차량을 매입해 178가지 점검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품질 인증한 차만 판매한다. 1년 보증수리기간도 따로 부여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165가지 항목에 걸쳐 기술 점검과 차량 주행 및 서비스 이력 점검을 마친 차량을 판매한다. BMW∙미니도 72개 항목을 점검한 뒤 이상 없는 차를 파는데, 1년 무상보증서비스를 더해준다.

이밖에 수입차 한국법인이 인증해주는 차라는 점도 소비자에겐 큰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다.

▲ BMW 서울 가양 인증 중고차 매장

중고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이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일반 매매업자에게서 구입할 때보다 비싸지만,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만큼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업계는 “향후 2~3년 안에 중고 수입차 거래 5건 중 1건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봤다.

전망이 장밋빛인 만큼 업체별 공격적인 시설 확충도 계속될 전망이다. BMW코리아는 올해 분당∙수원인천송도∙광주에 전시장을 둬 전국 주요 거점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인증 중고차 사업 확대에 대한 평가는 시작 초기라 긍정적 측면이 크다. 일정 부분 중고차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간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기존 중고차 업계가 안정적인 거래 활성화를 이뤄내기 위해 소비자 신뢰 회복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업자들이 거래 시스템이나 질서를 개선해 시장 투명성을 이뤄내지 못하면 인증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더욱 단단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기존 업계가 노력해 기업화∙조직화∙투명화는 물론 거래 활성화를 이뤄내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영세 개인 사업자가 대부분인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을 갖춘 수입차 업체가 뛰어든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크다.

일선 매매업자나 조합∙연합회가 공식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종사자가 “대기업이 소상공업자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상생이란 관점에서 보기 좋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매매연합회 소속 한 관계자는 “그간 업계가 매입세액과 같은 현안 문제 해결에 신경 쓰느라 인증 중고차 사업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 기회에 전근대적인 거래 방식을 바꿔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고, 자체 경쟁력을 키워 수입차 업체와 공존하는 길만이 대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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