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공임비 공개 첫날부터 ‘엇박자’ 우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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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공임비 공개 첫날부터 ‘엇박자’ 우려 현실로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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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자단체, 표준정비시간 기한 못 맞춰 현장 혼란 야기

소비자, 헛걸음에 불만 “이럴 줄 알았다”...업체, 문의쇄도에 난처

국토부, 계도기간 두고 행정지도 방침...일각에선 “제도가 무리수”

자동차 정비요금의 안정을 기하고자 도입된 정비 공임료 공개제도가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

국토부로부터 표준정비시간 산정을 의뢰받은 정비사업자단체가 기한 내 산출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 해 일선 현장의 혼선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사업자단체가 표준정비시간을 인터넷과 인쇄물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하고, 정비업자는 정비수요가 많은 주요 작업(엔진오일 교환, 타이어 수리 등)에 대한 시간당 공임과 표준정비시간을 사업장 내 게시해야 한다.

개정령은 그동안 소비자 민원으로 제기돼 온 정비요금이 각 업체별 수리비가 상이하고,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바가지요금 문제 등이 지적돼 오자 이를 근절해 정비요금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취지였다.

소비자들이 아는 정비요금은 이번 공개가 예정된 공임료에다 부품 가격을 더한 값인데 업체별 부품가격은 지난해 8월 공개됐기 때문에 나머지 공임료만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정비업체별로 정비요금을 파악해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자단체의 표준정비시간 산정 작업이 늦어지며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행 첫날부터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토부가 정비작업별 평균정비시간을 산출, 배포하도록 한 곳은 3곳이지만 3급 정비업체가 가입한 전국전문정비연합회(카컴)를 제외하고는 1,2급 정비업체가 가입한 정비사업자단체가 표준정비시간 산정을 기한에 맞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날 이후 정비업체를 찾은 소비자들을 비롯해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의 지정 서비스센터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정안 시행 이후 정비소를 찾은 A씨는 “공임비가 공개되고 첫 방문에 과거와 달라진 정비요금을 기대하고 왔지만 공업사 내에서 정비사업자단체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비업체들도 계속되는 소비자 문의에 난처함을 호소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의 지정 서비스센터들도 사정은 같다. 국내 완성차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정비사업자단체로부터 표준 정비시간을 받아야 이를 토대로 공임료를 산정해 전국의 직영 정비업체에 게시할 수 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며 “솔직히 분위기상 언제나 가능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도 “딜러별로 홈페이지에 공임료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표준 정비시간 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정비 공임료 공개는 시행을 앞두고도 일각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표준정비시간과 실제정비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으로 정비사업자단체가 추진하는 배기량 구분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해당 작업 차종이 사용한 부품과 차량의 구조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수입차업체와 국내업체 간 실제정비시간에 큰 편차가 있어 평균값인 표준 정비시간에 따라 공임료를 공개하면 수입차에만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정비시간은 정비업자의 기술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시간으로 표준화 하는 것이 애초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비사업자단체는 표준 정비시간은 제작사·모델별로 차이가 날 수 있고, 수입차와 차량의 노후 상태, 구조 등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정비사업자단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정비시간 산출 방식이 다른 데다 차종별·업자별 접근 방식에 차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표준정비시간 산출을 위해 1년여 간 노력했으나 내부갈등 및 의견조정 실패로 이번 표준정비시간 공개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1, 2급 공업사에 지침을 내려야 할 전국검사정비사연합회가 표준정비시간의 산출 진행 상황과 기한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아 언제쯤 제도가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 같은 제도 혼선에 대해 국토부도 시행 초기의 이유를 들어 과태료 부과보다는 두 달 정도의 계도기간을 두고 행정지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관리법 개정령에 따르면, 정비 공임비 공개를 위반한 정비업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위 준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비업자의 등록을 취소도 할 수 있다.

한편 국토부가 표준정비시간 산정을 의뢰한 3곳 중 하나인 전국전문정비연합회(회장 박창연, 카컴)는 배기량별로 표준 정비시간을 공개했다. 수동미션오일 교환에 승용차 1천cc 이하는 0.5시간, 2천cc 이하는 0.6시간, 2천cc 초과는 0.6시간, 승합차는 15인승 이하 0.5시간, 화물차는 1톤 이하 0.5시간, 1톤 이상은 0.6시간 등으로 게시했다.

카컴 관계자는 “20~30년 경력의 조합원들이 그간 현장에서의 경험 실측치를 취합해 통계를 내 것”으로 “각 정비업체별로 작업 시간의 편차가 그리 크지 않아 평균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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