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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안지키기와 무질서, 그리고 교통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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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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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주 교수의 교통 View

얼마 전에 후지이 다케시 일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쓴 ‘신호등 안지키기’란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여기서 그는 미국 인류학자인 제임스 스콧의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에서 ‘합당하지 않은 사소한 법들을 매일 어기도록 하세요’라는 인용을 통해서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데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면서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란 점을 지적하면서 신호를 위반하는 행위의 주체이자 동시에 피해자로서의 그들, 즉 대중이자 일반 국민이 정치적 주체로서 동시에 그 부조리를 개선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우리도 다소 전개해야 하지 않나 하는 심정으로 동조하면서 글을 시작해본다. 세월호 이후 특히 안전은 우리네 화두가 됐다.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안전으로 도배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국가가 안전을 전부 책임져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대형사고의 방지 및 처리 등 국가는 안전의 유지에 있어서 필수적인 공권력의 유지 및 행사는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만에 의한 우리주변의 다양한 (그러나 소규모의) 위험에 대해서도 우리를 국가에 의지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 사이 작은 세월호도 같이 물에 빠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 내 및 주변의 수많은 신호등을 필자도 어길 때가 있다. 단순히 외국에 있는 4-way stop이나 3-way stop등 무신호 교차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 회전교차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굳이 차도 없는데 기다리면서 허비하는 소중한 시간낭비를 막을 수 있고 신호기 운영에 따르는 전기료 운영비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 왜 신호등을 우리는 설치할까? 그것도 아파트 출입구정도의 한산한 교통지대에서.

이유는 간단하다. 신호등의 설치가 누가 주어진 시간에 통행권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어겼을 때 누가 잘못인지 깨끗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시시비비를 가릴 일도 없고 가리기에도 적합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 간결함의 대가는 차가 안다니는데도 공연히 기다려야하고, 전기운영비를 낭비하고, 배기가스를 더욱더 양산하여 친환경적이지 못한 상황을 연출 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형 교차로에서의 신호등은 필수이다. 그것은 다량의 차량군이 통행권을 얻어서 순차적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더욱더 경제적이기에 그러한 바 그런 경우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논리가 기저에 있다. 그러나 아파트단지, 소형지구, 그리고 한적한 시골길 등에서의 신호등의 설치 및 운영은 한번 재고돼야 한다. 이제는.

신호등을 어기는데도 단속도 없다. 어김을 부추기는 듯하기도 하다. 어느새 주정차 금지는 단속이 되는데 실제 아파트 단지주변의 신호기 위반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신호를 설치하는 주체도 심각하게 이 문제 역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그렇게 범법자를 양산하여도 되는지?

지난 2008년 작고한 네덜란드의 교통공학 엔지니어인 한스 몬더만은 소위 말하는 공유공간 (Shared Space)기반의 도로 및 도시설계를 주창고 한 평생을 살다가 간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고국인 네덜란드는 이 부분에서 앞서 있는 도시들이 많은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이 타인들과 통행에 있어서 ‘타협(negotiation)’할 때에 더욱더 안전하게 통행을 마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는 신호등을 없앰으로써 교통사고를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안전을 보장해주던 신호등이 사라지자 운전자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사고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이런 경우 통행에 있어서 인간의 조심하는 능력이 타인의 의지와 타협되어지면서 교통사고는 종국적으로 감소되는 행태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비단 신호등만이 아니다. 교통통제설비의 전체가 모두 신호등처럼 없어져도 될 수 있는 것들이란 점이다. 도로상의 차선, 표지판, 표지병, 반사경 등등 다양한 시설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아직도 정식으로 무신호교차로를 많이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국민의 누가 교차로에 먼저 왔느냐?를 우리 국민은 아직도 현명하게 다툼 없이 순간적으로 가려낼 능력이 없다고 우리스스로 인정하기에 그러하거나 아니면 신호기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거나, 아니면 전술한 바와 같이 깨끗하게 시비를 가리게 해주는 행정편의주의가 더 싼 비용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어떤 면에서 정말로 인내심이 강하다. 차가 없는 신호등에서 기다려야한다는 것에 대한 인내심은 가히 다른 나라의 국민들의 그것보다도 탁월하다. 외국에서라면 항의가 들어올 만한 상황이 국내에서는 그냥 넘어간다. 그만큼 자신의 것에는 치밀하나 공공의 영역에서는 수동적이다. 자신의 집값의 하락에는 민감하지만 공동의 가치에는 둔감하다.

이제 범법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범법을 하는 마음으로 공공의 가치에 좀 예민해지자. 친환경 교통체계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통행의 자유를 위해서도 신호등을 집 앞이나 말단의 로컬에서 없애는 게 좋겠다고 본다. 신호등의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통행의 주체들이 서로 타인을 존중하면서 서로 타협해 신 질서를 창출하면서, 아울러 친환경조건을 생산하면서 통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지속가능한 말단부의 교통체계도 성사될 것이다.

이제 여러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옳은 것을 실천할 때이다.

<객원논설위원․아주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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