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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택시발전모델’ 진단
곽재옥 기자  |  jokwak@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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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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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다임 전환인가, 딜레마 총집합인가

개인택시 ‘인권침해’·법인택시 ‘주관 평가’ 논란

“보여주기 식 성과 아닌 ‘선대책 후발표’ 요원”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택시의 서비스·경쟁력을 높일 택시발전종합계획, 이른바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택시서비스 혁신, 종사자 처우 및 경영개선, 택시 자율성 강화 및 수급조절 등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핵심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실효성과 방법론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대중교통으로서 택시가 가져야 할 ‘공익성’과 민간사업자로서 주장할 수 있는 ‘사익성’이 충돌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의 요소들을 대거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을 두고 우려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고령자 고려 안한 ‘의무운행시간’ =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의 핵심사업 가운데 가장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택시에 대한 규제다. 시는 택시민원 1위를 달리고 있는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중 사업개선명령을 개정해 사문화된 개인택시 ‘정상운행시간(07~10시·19~24시)’을 ‘의무운행시간(24~02시)’으로 변경하고, 이를 어길 시 120만원의 과징금과 카드 관련 보조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간 운행률이 저조한 개인택시를 강제적으로 야간에 배치한다는 시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개인택시 운전자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조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발표 당일 “나이, 건강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기사가) 계획에 따라 적절히 운행하고 있는 현실을 뒤엎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지원금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택시기사를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서초구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A씨(가조, 60대)는 아내가 병을 얻은 2년 전부터 야간영업을 중단하고 늦어도 저녁 8시에 영업을 마친다. 그는 “지금도 나이가 있어 저녁 7시만 넘으면 피로가 몰려와 새벽시간 영업은 생각도 할 수 없다”면서 “야간에는 운행을 한다 해도 홍대, 종로 같은 번화가가 아니면 낮과 같이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택시 운전자들의 경우 사납금을 채워야 하고 또 1~2만원이라도 더 벌어야 피자 한 판이라도 사들고 들어갈 수 있으니 보통 야간에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하지만, 고령 운전자가 많은 개인택시의 경우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다면 억울한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입·도급제 부활? 고급택시·리스제 = 이번 발표에서 시가 가장 야심차게 내놓은 계획은 ‘예약전용 고급택시’다.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한 시가 그 수요를 우버보다 뛰어난 서비스로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고급택시는 민간, 택시조합, 서울시 간 거버넌스(공공경영) 형태로 운영되며, 운수종사자의 성실근로를 담보하기 위해 완전월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운수종사자와 관련한 제도의 하나로 ‘리스운전 자격제’도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이는 업체별 일정 범위 내에서 10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에 한해 개인택시처럼 운행할 수 있는 리스운전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고정비용(보험·차량·차고지)은 회사가 부담하되 운영비용(유류비 등)은 운전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시는 이를 통해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운전자가 부족해 운휴 차량이 28%에 달하는 법인택시의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나온 이 두 제도와 관련해서는 과거 ‘지입제·도급제로의 퇴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택시회사가 운전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계약금과 납입금을 받아 운영하는 ‘도급택시’의 경우 사회적으로도 큰 사건사고와 연루돼 과속·난폭운전을 유발하고 운전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그동안 꾸준히 받아왔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고급형 택시의 경우 서울시가 사업자에게 지입료를 지불하고 직접 운영하는 공공형 택시의 형태가 아니라면 지입제와 다를 바 없고, 리스제의 경우 사납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운행하는 지금의 방식과 똑같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불법’으로 지탄받는 택시에 오히려 ‘불법’을 양산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절의무·차등지원, 공정성 논란 = 불친절을 해소하고 우수택시를 가려내기 위해 제시된 처벌과 평가에 대한 방법론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먼저 시는 그동안 기준이 모호하고 처분기준이 없어 ‘경고’ 처리에 그쳤던 불친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개선명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반말, 욕설, 폭언, 성차별적 발언 등이 입증될 경우 실질적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처분근거를 신설해 민원·행정처분 횟수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취객의 경우 반말이 다반수고 심지어 욕설과 폭행이 빈번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승객의 불친절은 과연 누가 평가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기사와 승객의 입장을 떠나 반말, 욕설, 폭언, 성차별적 발언 등은 사회 어디에서나 있어서는 안 되는 사회규범임에도 이에 대한 처벌을 택시에 국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운수종사자 처우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법인택시 차등지원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시는 택시회사 평가제도를 도입해 자발적 서비스 개선 노력을 촉진하고 시민이 우수택시를 골라 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한 차례 시행 이후 실패해 재점검까지 이어졌던 제도로, 실패의 원인이 됐던 평가방법과 관련해 이렇다 할 개선안이 제시되진 않았다.

택시 분야에 밝은 한 전문가는 “경영평가는 택시운송수입금 대비 총급여액의 비율로만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체계, 교육 등 다양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서비스 평가의 경우 용역업체에 맡겨 승객으로 위장해 친절도를 조사하는 등의 방식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택시회사들의 허위보고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패널티, 경영정보 공개 등 확실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증차 등 인센티브도 확실히 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몇 천만 원 세금 혜택 받자고 경영정보를 곧이곧대로 알리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성 없이 발표 앞서” = 한편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에 대해 대부분 택시 관계자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위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발표에 급급한 시가 매년 비슷한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택시 관련 한 전문가는 “업계 안팎의 관계자들이 모여 1년 가까운 논의 나온 결과물이라고 하기에 이번 택시발전종합계획은 아쉬운 점이 많다”며 “중간결정권자가 6개월, 1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는 상황에서 시가 업무연속성을 가지고 택시 전반의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보여주기 식 발표가 아닌 진정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택시산업에 있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현재 택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접근해야 한다”며 “예컨대 개인택시가 심야시간 근무를 꺼리거나 법인택시가 승차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규제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원인을 살피고 해결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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